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이 393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4.9%나 격감한 것은 충격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총수출액은 354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962억달러로 15.8%나 줄었다. 이대로 가면 지난 4년 동안 지켜왔던 연간 교역액 1조달러의 공든 탑은 무너질 게 확실하다.

지난달에는 국제 유가 급락으로 석유와 화학제품 수출이 격감하고 대규모 해양 플랜트 인도가 연기된 데다 중국 톈진항 폭발 사고로 물류 차질까지 빚어지는 바람에 수출 부진이 특히 심했다. 하지만 일시적 요인들이 사라지더라도 수출 경기가 금세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 기업의 중간재를 받아줄 중국 제조업은 3년 만에 최악의 부진을 나타내고 있고, 이달부터는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둔화 효과도 본격화할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완전히 멈춰서는 사태를 막으려면 우선 급격한 수출 감소의 충격파를 줄여야 한다. 올해 들어 글로벌 교역액이 12% 가까이 줄고 우리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급격한 터라 응급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무선통신, 반도체, 화장품 같은 품목 수출을 확대하고 미국, 베트남, 호주 시장 수출 비중을 늘리는 한편 수출 수요 감소 폭에 비례해 내수 활성화 조치의 강도를 높여가야 한다.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리면 으레 일시적인 금융 지원 같은 수출 애로 해소 대책들이 논의되는데 지금은 그와 같은 상투적인 처방전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술과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정확히 읽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수출경쟁력 제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어느 나라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글로벌 통화전쟁과 보호무역주의 차단을 위한 경제 외교도 강화해야 한다. 4일부터 터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엔저 쓰나미와 위안화 평가절하로 재연되고 있는 각국 통화 가치의 경쟁적 평가절하를 막고 교역과 투자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