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룡 / 기자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쑈전쟁 승리 70주년을 성대히 맞이하고 있는 요즘 “항일영웅 이홍광” 인물평전이 민족출판사에 의해 정식 출간되었다.

중국역사에서 조선족 항일열사라고 명확히 규명되는 인물은 많지 않다. 그 가운데서 이홍광은 남만 항일유격대의 창시자이며 “동북항일연군의 걸출한 지도자이고 민족영웅인 양정우”의 절친한 전우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2014년 9월에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이홍광에게 “항일영웅열사” 영예칭호를 추수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홍광의 빛나는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특히 그의 출생에 대한 자세한 사료가 밝혀지지 않아 줄곧 중국내 조선족 사학자들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출생 비밀이 밝혀지지 않으면 완전한 인물전을 구성하기 힘들며 영웅인물의 완전한 삶을 규명하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올해 81세 고령인 료녕성 심양의 사학자 김양선생님이시다. 김양선생님은 지난세기 60년대부터 이홍광의 사료를 수집해오다가 1990년대 중한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한국학자들과 함께 끝내 이홍광의 출생비밀을 밝혀내고 항일영웅 이홍광의 고향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고향방문과 답사를 마치고 드디어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에 항일영웅 이홍광의 인물평전을 엮어내게 되었던 것이다.

일찍 1959년에 료녕대학 역사학부를 졸업한 김양선생님은 학교에 남아 역사 강의를 하시다가 “문화대학혁명”이 끝나던 1976년에 료녕 민족출판사로 전근되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조선민족의 사학연구에 본격 돌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에만 하여도 조선민족의 유명 인물들이나 열사들의 사적을 언급하면 곧잘 “민족주의자”라는 감투를 쓰게 되기 때문에 대부분 학자들은 감히 이 영역을 섭렵하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김양선생님은 단연히 민족사학 연구에 몰두하면서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우리 스스로 찾아내고 발굴하며 연구해야한다고 주장하셨다.

김양선생님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는 일찍이 대학시절부터 학교에서 조직한 “항일열사” 고찰단에 참가해 이홍광의 사적지를 두루 답사했었다. 그 후 김양선생님은 각지 당안관을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사료를 발굴, 정리하였으며 흑룡강, 북경, 상해 등지를 다니면서 많은 사학자들을 만나 확인 작업을 계속했다. 특히 항일연군에 참가했던 많은 생존자들과 당사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소중한 증언을 남겼다. 이홍광은 1930년대에 항일유격대를 조직해 일제와 싸웠기 때문에 그의 항일유격대에 참가했던 생존자들은 지난세기 60년대, 70년대에 대부분 40대, 50대였고 부분적으로 나이가 많은 분도 60세거나 70세 정도여서 생생한 자료를 남길 수 있었다. 물론 당시는 물질조건이 극히 제한되었기 때문에 사료수집에 지금처럼 녹음기, 카메라, 촬영기를 동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김양선생님은 취재노트에 부지런히 필을 날리면서 생존자들의 이야기와 추억을 낱낱이 적었다. 그리고 대량의 필기들을 논리에 맞게 제때에 잘 정리해 놓았다. 신빈과 환인, 관전 등지는 항일유격대가 활약하였던 곳이기에 골이 깊고 숲이 우거진 고장이다. 여성의 몸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김양선생님은 이산저산 다니며 사적지들을 찾아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때로는 날이 깊어지면 장녀를 대동했고 때로는 현지 사학자들의 도움도 받았다.

김양선생님은 이홍광의 동료나 부하들은 대부분 남만에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만의 이홍광을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으나 이홍광의 출생과 가족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증언이나 사료는 별로 없었다. 다만 중국 관변 측에서 공식 인정하는 경기도 용인군이라는 기록밖에 없었다. 그 뒤 흑룡강성이나 연변의 많은 사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해오면서 이홍광의 출생과 가족에 대한 여러 가지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어느 주장도 설득력이 없었고 확실하지 않았다.

근엄한 사학관을 가지고 있는 김양선생님은 이 문제에 대해서 절대 서둘러 판단하지 않았고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이 관건적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고는 이홍광에 대해 어떻다고 섣불리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무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언젠가는 보다 유력한 증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꼭 이 수수께끼를 몸소 풀겠다고 작심하였다.

1990년대에 이르러 세상이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중한 수교가 이루어졌다. 김양선생님은 요녕성 민족사무위원회의 추천으로 한국방문 학자로 뽑혔다. 당시 요녕성 민족사무위원회 처장으로 사업하시던 우철희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김양선생님을 한국 방문에 추천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김양선생님은 80여명 한국방문 조선족 학자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고 한국의 사학자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우철희 처장의 적극적인 소개와 홍보를 통해 김양선생님은 한국으로부터 의암(毅庵)학술대상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의암은 우리민족의 유명한 의병투쟁의 지도자였던 류인석의 호다. 그동안 남만에서 활동한 류인석 장군에 대한 연구에 조예가 깊었던 김양선생님의 노고를 치하해 한국에서 의암대상을 그에게 수여 했던 것이다. 그는 “한국에 한번 가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뻐했는데 그처럼 큰 상까지 받으니 꿈만 같았다”고 당시 감격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조선족 사학자 김양

그 후 한국의 사학자들도 곧잘 김양선생님을 찾아와 문의하였고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하곤 하였다. 그는 중국내 류린석의 의병투쟁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기에 한국 사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연구들도 한국 학계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특히 이홍광 열사의 출생지 비밀이 밝혀지게 되었다. 한국에는 족보체계가 아주 과학적으로 잘 되어 있어서 성씨와 본 그리고 조부 증조부 등 선조들의 명함만 알면 쉽게 자기의 족보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있다. 그리하여 용룡인 이씨라는 근거를 가지고 한국에서 쉽게 이홍광의 고향을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이 소식을 접한 김양선생님은 만사 제체 놓고 사비를 들여 이홍광의 고향 답삿길에 올랐다.

그때 남편이 암으로 투병중 이었으나 그는 이홍광 고향집을 찾아가 이홍광의 어머니 묘소를 찾았고 이홍광 부인의 묘소도 찾아보았으며 다른 유가족들도 만나보았다. 항일영웅 이홍광 일가는 이홍광이 희생되자 모두 한국의 고향집으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대부분 세상을 뜨고 지금은 이홍광의 유복녀만이 남았을 뿐이다. 김양선생님과 만났을 때가 87세였다고 한다.
수십 년간 기다리던 수수께끼는 풀었지만 한국답사를 마치고 귀국한 뒤 두 달 만에 남편도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하지만 김양선생님은 유감이 없다고 하신다. 만약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면 사학자로서 마음의 가책을 받을 것이고 항일영웅 이홍광의 빛나는 인생이 계속 완전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하셨다.

“자랑스러운 조선민족의 투쟁역사를 쓰는 사학자가 되겠다”, “욕 안 먹는 사학자가 되겠다”
　김양선생님은 이것이 사학자로 한평생을 보낸 자기의 신념이라고 이야기하셨다.

요즘에도 김양선생님은 집필 활동을 멈추지 않고 계시다. 그는 “우씨 가족의 백년사”를 정리, 탈고 하였다고 했다. 김양선생님이 소개에 의하면 우씨 가족의 이민 1세대-우병렬은 류린석장군과 함께 조선에서 의병활동에 참가하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중국 관전현에 이주하여 청산구(青山沟) 반일투쟁의 기지 마련에 진력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우씨 가족의 이민 2세대, 3세대는 모두 중국공산당이 영도하는 새중국 건설에서 훌륭한 지도간부로, 과학자로 성장하였다.

김양선생님은 민족사무위원회 처장으로 사업하시면서 많이 도와주셨던 우철희 선생님의 부탁을 저버릴 수 없었고 또 이 가족의 훌륭한 백년 역사에 매료되어 이 가족사 집필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우씨 가족 백년사뿐만 아니라 김양선생님은 또 우리 민족의 유명한 반일투사이며 혁명가인 김산의 사적을 정리해 평전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고 또 류린석 장군의 사적지 답사기를 정리해볼 생각이라고 하셨다. 그는 80고령을 넘었으니 이제 책 한두 권 더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자기는 죽어도 아쉬움이 없고 부끄럼이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그는 이만큼 책을 냈으니 사학자로서 부끄럼이 없고 욕 안 먹는 사학자로서도 부끄럼이 없다고 이야기하셨다.

81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오늘까지도 건강하게 집필에 도전하고 계시는 김양선생님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경례를 올리고 싶다.

 

▲왼쪽부터 민족출판사 전춘매 편집인, 저자 김양, 조봉 변호사, 반도체전문가 우승희 공정사, 김성룡 기자, 민족출판사 우빈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