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일본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있은 '안보법제 반대' 대규모 집회 모습. ⓒ이수경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골자로 한 안보법제 제·개정안을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일본 도쿄(東京) 국회의사당 주변에서는 연일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항의 시위를 하고 있지만, 아베 정권은 ‘선(先)통과, 후(後)설득’이란 방침으로 법안 통과를 강행하고 있어 향후 지지율 하락 등 장기 집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날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안보법제를 가결할 예정이다. 자민·공명당은 중의원 의석을 3분의 2이상 차지하고 있어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찬성 다수로 법안을 가결할 수 있다. 연립 여당은 중의원에서 안보법제를 가결한 후 곧바로 법안을 상원인 참의원으로 송부해 이번 정기 국회가 끝나는 오는 9월 27일 전에 법안 성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아베 정권의 안보법제 강행 처리에 대해 일본 국민들의 반발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15일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는 전날의 2만여 명보다 훨씬 늘어난 약 6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를 했으며 안보법제반대시위는 삿포로(札幌), 니가타(新潟), 나고야(名古屋), 교토(京都), 히로시마(廣島) 등, 전국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몰락 전후와 유사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60년 1월 기시 전 총리의 주도로 미국의 냉전에 가담하는 미·일상호방위조약 개정이 이뤄지자 이에 반대해 일어난 33만여 명(주최측 집계, 경찰 집계 약 13만 명)의 안보투쟁으로 인해 기시 내각은 같은 해 7월 15일 총사퇴했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안보법제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약 60%의 반대 의견이 나오는 등 일본 내에서도 반대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여론의 역풍에도 여당이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법안은 통과되겠지만, 참의원 등에서 큰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아사히(朝日)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39%를 기록,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재선임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