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 연변작가협회 이사

"얼마전 일중우호청년대표단이 연변을 방문했다. 그들의 연변행보가 향후 더 많은 일본청년들이 생소한 연변 땅을 직접 밟으면서 70년 전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항일전쟁승리 70주년을 맞이하는 연변은 “산마다 진달래, 마을마다 열사비”라는 항일노혁명 근거지의 풍경이 새롭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연변혁명열사능원을 중심으로 주안의 여러 항일유적지와 열사기념비들에 남녀노소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언론과 예술단체에 의해 항일열사들에 대한 추모의 정이 뜨겁게 달궈지면서 “물 마실 때 우물을 판 사람을 잊지 않으리”라는 연변사람들의 결연의 의지가 여느 때보다 돋보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일중우호청년대표단 일행 20명이 연변혁명열사능원을 찾아 열사들에게 생화를 증정하고 묵념을 했다는 보도가 유난히 주목된다. 연변일보 2면에 실린 손바닥만 한 짧은 기사였지만 분명 이는 가볍게 지나칠 메시지가 아니라는 생각에 관심을 가졌다.

일중우호청년대표단을 이끈 일본창가(創價)학회는 문화와 교육사업의 발전을 통해 세계평화를 이룩하고 인류 행복을 위해 기여하며 모든 전쟁과 파쇼군국주의를 반대하는 것을 취지로 하는 종교단체로서 1930년에 설립되어 현재 전 세계 190개 국에 소속단체를 둔 유엔이 인정하는 비정부조직이다.

1942년에 태평양전쟁이 점차 패색이 짙어가던 시기 당시 일본군국주의 정부는 모든 종교단체가 일본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칭송하도록 강요한다. 모든 종교단체가 일본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칭송하였으나 창가학회만은 이를 강력히 거부한다. 결과 초대회장 마키구치 쓰네사부와 2대 회장 도다 조세이가 불경죄 및 치안유지법 위반죄로 체포된다. 나중에 초대회장은 감옥에서 옥사하고 2대 회장은 2차대전 종전 전야에야 보석으로 석방된다. 평화를 제창하고 모든 전쟁과 파쇼군국주의를 반대한다는 취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회장 이케다 다이사쿠는 일찍 중일관계정상화와 두 나라간의 친선 교류를 위해 수차 중국을 방문했었고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의 뜨거운 환대도 받은바 있는 우호인사이다.

한마디로 반가운 손님들이 연변을 찾은 것이다. 70년 전 일본군국주의의 강요와 탄압에 정면으로 맞선 죄로 옥살이를 하다가 옥사까지 한 이 단체 회장들의 유훈을 받들고 70년 후인 오늘 이 단체의 일중우호청년대표단이 아베정부의 일본군국주의 침략 왜곡행위에 용감히 맞서며 일본의 야스쿠니신사가 아닌 연변의 혁명열사능원을 찾아 참배한 것이다. 이들의 연변행보에는 분명 지난세월 일제침략자가 연변사람들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진지한 뜻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연변은 일제와의 악연으로 점철된 땅이다. 연변지역 항일전쟁시기의 열사는 3,301명(조선족 3,204명)이고 일제의 잔인무도한 파쇼폭행에서 참살된 연변의 조선족은 4,000여 명에 달한다. 항일의 피어린 나날에 연변은 결코 ‘무풍지대’가 아니었다. 연변의 곳곳마다에 산재해있는 일제의 침략 만행유적지, 반일 독립운동 사적지, 반일 무장단체 활동기지, 항일유격투쟁 유적지와 전적지는 지난 반일 항일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우리가 두 번 다시 수난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게 깨우쳐주는 경종이다.

2년 전 필자는 연변일보 칼럼지에 다음과 같이 지적한바 있다.

“일제가 패망한지도 68년, 하지만 일본은 저들의 침략역사를 청산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한번도 없다. ‘경신년 참안지’, ‘해란강 참안지’를 찾아 연변의 무고한 백성들에게 저지른 천인공노할 죄상을 속죄한 일본의 정계인사는 단 한명도 없다.”

오늘 일본청년대표단이 연변혁명역사능원을 찾아 참배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왜 일본정계인사들은 이 같은 반성과 참회의 용기도 없는가 생각하게 한다.

이번에 20명으로 구성된 일중우호청년대표단의 연변행보는 일본의 수천만 평화애호청년들의 뜻이 담긴, 반성을 토대한 평화지향의 행보가 아닐까 싶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도 시진핑 주석이 3000명 일본 방중대표단 접견시 "역사를 되새기는 것은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해서며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평화수호를 위해서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 것처럼 왜 연변은 “산마다 진달래, 마을마다 열사비”라는 의미를 띄는지에 대해 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일본청년대표단의 연변행보가 향후 더 많은 일본청년들이 결코 생소하지 않는 연변 땅을 직접 밟으면서 70년 전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