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출 / 객원논설위원·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광복 70년 8·15가 코앞이다. 메르스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고,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 사태로 올스톱 상태다. 게다가 남북 관계는 갈수록 꼬일 대로 꼬이면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내년 4월에 치를 총선 과정에서 불거질 혼돈까지 고려한다면 남북 관계는 앞으로 상당 기간 복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6월 25일 성명을 통해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 개소로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만회할 수도, 수습할 수도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고 선언했다. 8월에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 등 한·미 합동군사연습도 예정돼 있어 남북 관계는 대화는커녕 정치·군사적 대립이 더욱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남북 관계를 가로막는 많은 변수들이 등장한 터라 이제는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되어 버린 듯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남북 관계 단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북측에 대화와 협상을 꾸준하게 타진하되 남북 관계 정세 변화와 무관하게 우리 의지와 힘만으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본격적으로 찾아야 할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6·25전쟁으로 단절된 경원선 남측 구간 백마고지역∼군사분계선 11.7㎞ 구간에 대한 철도복원사업이 광복 70년을 맞아 우선 추진되는 것이다. 이 공사는 7월 말 시작되어 2017년 하반기에 끝난다. 일단 남쪽 구간만 잇고 남북 관계가 호전되면 북쪽 구간과 연결할 계획이다. 분단 70주년을 맞아 무언가를 해야 하는 정부가 나름대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경원선 복구는 여러모로 의미가 적지 않다. 언젠가 북측 구간과 연결되면 한반도종단철도(TKR),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해 한국에서 유럽에 이르는 철길이 된다.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 철도를 복원해 석탄을 수송하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더불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 경원선은 대륙 자원을 값싸게 실어나르면서 기업들이 대륙으로 진출할 수 있는 루트가 되고, 수많은 학생에게는 수학여행길일 뿐만 아니라 특히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에게는 고향 방문길이 될 수 있다. 원산관광은 산 중심인 금강산 관광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경원선이 순조롭게 이어진다면 관광, 역사, 산업, 교육문화 부문에서 활발할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고,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박근혜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다. 단기적으로 철원 DMZ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접경 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효과도 있다.

사실 경원선 연결은 안보상 염려를 제외하고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도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그는 관광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간 추진한 마식령스키장 건설, 순안국제비행장 신축, 고려항공 서비스 개선을 비롯해 이제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북측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원산시를 도시 형성의 본보기,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새롭게 변모시키기 위한 건설공사를 시작하고 여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원산지구, 마식령스키장지구, 울림폭포지구, 석왕사지구, 통천지구, 금강산지구 등 6개 지구로 나누어 개발되고 있는데, 결국 남한 측 투자자와 관광객 유치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여겨진다. 경원선은 철도를 이용해 많은 관광객을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언젠가 북측에 관광 대박을 안겨다줄 수 있다.

불편하고 답답한, 그래서 타개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남북 관계 현실이긴 하지만 경원선 복원 시도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나오는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을 떠올리게 한다.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말인데 경원선이 하루빨리 남북 소통의 대통로가 되어 분단의 아픔을 해소해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