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문 /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SK 한국국제교류재단 석좌

해외 입양 줄이려 노력했지만… 국내 입양, 전체의 4% 그치고
고아원·위탁가정 장기화 등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 많아
싱글맘 지원·국내 입양 확대와 해외 입양 병행 바람직

국제 입양은 6·25전쟁 이후 한국의 일부였다. 20만명 넘는 어린이가 해외로 입양됐고, 그중 미국행이 3분의 2였다. 1985~86년이 최고조로 9000명이 입양됐다. 한국은 해외 입양 5위 국가였고, 최근까지 OECD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다. 그런데 2011년 송출국 6위였던 한국이 2013년 17위로 뚝 떨어졌다. 해외 입양에 반대하는 활동가와 국민 정서를 반영한 정부 정책으로 해외 입양이 줄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4년 해외 입양을 주선하기 위해 한국아동양호회를 설립한 이후 거의 모든 정부는 해외 입양을 줄이려고 애썼다. 국가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한 일이라는 이유였다. 어린이 입장에서도 해외 입양이 최선은 아니었다. 박정희 시대인 1976년 특별입양법을 통과시켰고, 입양과 양육에 관한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내 입양과 가정위탁서비스를 독려했다. 이는 1981년까지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전두환 정권은 1996년 입양 종료 데드라인까지 세웠다. 국내 입양을 하면 세제 혜택도 줬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김영삼 정부는 종료 시한을 2015년으로 연장했고, 매년 3~5%씩 해외 입양을 줄이는 탄력적인 목표를 제안했다. 노무현 정부는 해외 입양을 없애기 위해 2006년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었다. 싱글맘에게 40만원, 국내 입양 가족에게 매달 10만원씩을 줬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입양 촉진을 위해 독신에게도 입양을 허용하고, 입양 부모와 어린이의 나이 차를 50년에서 60년까지로 늘렸다. 해외 입양은 오히려 엄격한 소득 조항과 결혼 요건 등을 요구해 조건을 더 강화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국내 입양 비율은 전체 입양의 4%밖에 안 된다. 가정이 필요한 아이가 많아 해외 입양 필요는 줄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새로운 입양법은 신생아가 '수출'되지 않게끔 했다. 미혼모가 아이를 계속 키우게 하고, 혹시 나중에 입양되더라도 아이를 등록한 서류가 있어 생모를 찾기 쉽게 했다. 일부 내용은 2015년 국회가 수정했다. 신생아 등록으로 미혼모가 사회적으로 상처받기 쉽고, 고용에서도 차별받아 등록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2015년 11월 19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이 법은 입양이나 서출(庶出), 이혼 등과 같은 정보를 고용주 등이 볼 수 없게 했다. 새 법은 또 미혼부가 어린이를 등록해 건강보험과 정부 보조 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 미혼부 가정도 1995년 이후 2배로 늘었고, 특히 저소득층에서 급증했다.

한국 정부는 생물학적 부모의 권리와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증대했다. 반가운 방향이다. 하지만 계몽적인 정부 정책이 미혼모나 결손가정, 국내 입양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지는 못한다. 지금도 수천 명의 어린이가 사랑이 있는 가정을 원한다. 무한정 고아원이나 위탁가정에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장애아 입양 비율은 국내 입양의 1%도 안 된다. 충격적이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장애아는 163명만 국내 입양됐다. 같은 기간 해외 입양은 8469명이었다.

미혼모가 아이를 기를 수 있게 독려하고 국내 입양을 확대하는 것과 해외 입양 촉진은 병행할 수 있다. 아이만 생각하면 모든 선택지가 필요하다. 해외 입양 제한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1980년대에 '아이 수출국'이라는 오명(汚名)을 썼다고 해서 대외 이미지 개선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 성장한 해외 입양아들은 과거 한국의 해외 입양 촉진 정책을 비판하는 국제 활동을 이끌며 친부모를 찾기 쉽게 해달라고 하고, 신생아들을 한국에서 자라게 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최우선은 가정이다. 수천 명의 외국인이 한국의 아이들과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아이와 가족을 위해서라면 국제 입양도 환영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