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태 / 수석논설위원

'평화(平和)'는 참 아름다우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에 버금갈 낱말은 '자유, 사랑, 행복' 등이 떠오른다. 평화의 앞뒤 글자를 바꾸면 '화평(和平)'이 된다. 평화는 '평온하고 화목함'이고, 화평은 '화목하고 평온함'이다. 반면 '자유, 사랑, 행복'의 앞뒤 글자를 바꾸면 '유자, 랑사, 복행'으로 요령부득이 된다. 글자의 앞뒤 자리를 바꿔도 뜻이 같은, 평화의 열쇠는 소통이다.

인류의 사표들은 하나같이 평화를 기원했다. "폭력은 정의의 적이다. 평화만이 참다운 정의를 가져올 수 있다." '3천년을 맞는 칙서(勅書)'를 통하여 구·신교 일치운동에 한층 화해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던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가 남긴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로 불렸던 마더 테레사(1910~1997)도 말했다. "평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전쟁에서 단기간에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는 승자나 패자가 나올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고통과 참상, 당신들의 무기가 저지른 생명의 손실을 정당화하지 못할 것입니다."

전쟁의 공포나 상흔이 없는 나라는 평화롭고, 평화로운 나라는 행복한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제 비영리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가 18일 내놓은 올해 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 GP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52위에서 42위로 10단계 올라섰다. 북한은 지난해와 같은 153위였다.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는? 북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였다. 그 뒤로 덴마크와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스위스가 2~5위를 차지했다. 핀란드와 캐나다가 6·7위, 일본이 8위, 호주가 9위, 체코가 10위였다.

IEP는 2008년부터 162개국의 치안 수준과 분쟁 관여도, 군사 예산, 무기수출, 폭력범죄의 정도, 전쟁 사상자, 죄수 규모, 조직범죄 수준, 잠재적인 테러 공격 위험, 사회·정치적 갈등, 인접 지역이나 국가와의 상대적 관계등 23개 지표를 종합하여 세계평화지수를 발표해 오고 있다.

내년에 한국의 평화지수는 어떻게 될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국민이 불안에 휩싸인 터라 순위가 많이 떨어질 듯싶다. 지나친 공포 확산도 금물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여 메르스를 하루빨리 퇴치해야 국민 마음에 평화가 깃들고 나라의 평화도 안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