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이 그제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역사 반성’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사람은 1993년 8월 4일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죄한 고노담화와 1995년 8월 15일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담화를 발표한 당사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91세, 고노 전 장관은 78세다. 은퇴한 두 노정객이 일본 국민 앞에 선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잘못된 길로 이끄는 일본의 미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비판은 통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군이 중국을 침략한 것과 한국을 식민지로 지배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그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것은 좋았다고 하고, 나쁜 것은 나빴다고 사죄해야 하는 것이 담화에 담긴 뜻”이라며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 일본을 위한 일”이라고 했다. 고노 전 장관은 일본군이 네덜란드 여성을 위안부로 삼은 일을 거론하며 “강제 동원 사실이 없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위안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되고 관리됐다”며 “아베 총리가 말한 것처럼 인신매매를 당한 경우도 있지만 그것도 본인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말은 일본인의 자존심에 먹칠하는 말이 아니다. 반성을 통해 더 나은 일본의 미래를 도모하자는 뜻을 담은 고해성사와 같은 말이다. 일본 지식인 281명이 엊그제 “침략과 식민지배가 중국, 한국 등 아시아 나라 사람들에게 손해와 고통을 초래했다는 것을 재확인하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다시 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힌 성명도 맥락을 같이하는 양심의 소리다.

두 노정객이 이끌던 1990년대와 지금 일본의 위상은 크게 다르다. 90년대 일본은 아시아 맹주 반열에 올랐다. 주변 국가들은 일본과의 우호를 환영했다. 엔화의 위상도 대단했다. 지금의 일본은 ‘고립된 섬나라’로 변하고 있다. 갈등 속에 영향력도 약해졌다. 아베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없던 일로 꾸미고 일제 군국주의를 되살리려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주변 국가는 과거 일제침략시대 때와 같은 약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변 나라를 친구로 삼을지, 가해할 대상으로 삼을지는 아베 총리가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그에 따라 일본 국민이 갈 길과 일본의 미래는 달라진다. 아베 총리와 일본 정치인들은 귀를 열고 두 노정객과 일본 지식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