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 테러리스트의 시민권 박탈법안을 제정하려는 피터 더튼 이민장관

호주 정부가 조만간 테러행위에 가담하는 호주인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제정할 방침이다. 여기서 박탈 대상은 이중국적을 가진 호주인 테러리스트 또는 테러 지원자들이다.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인 IS와 탈레반 등에 합류해 전쟁을 하거나 이들을 지원하는 행위는 이미 서방권에서 상당 기간 전부터 테러 행위로 간주돼 왔기에 이중국적의 테러리스트들의 호주 시민권 취소에는 국민들 사이에 큰 저항감이 없는 편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약 60%가 찬성을 했고 반대는 20%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애보트 정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호주 시민권만을 가진 테러 가담자들의 시민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처럼 호주도 유사한 법안을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주 내각에서 토니 애보트 총리와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호주 시민권만을 가진 경우도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제안했지만 여러 중진 각료들이 강한 반발을 해 일단 연기했다. 내각 논의(찬반 대립)가 언론에 누설돼 누가 발설자인지가 또 이슈가 되고 있다. 여러 법정 변호사 출신인 장관들이 반대 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지는 전했다.

이처럼 각료들이 제동을 걸자 이번에는 강성 보수 성향의 평의원들이 뜻을 규합해 반발을 하고 있다. 자유당의 댄 테한(Dan Tehan) 의원의 주도로 약 40명의 평의원들이 호주 시민권만을 가진 테러리스트도 호주 시민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도입하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40명 서명지는 1일 총리실에 전달됐다.

“해외에서 테러 활동을 한 자들은 귀국 후 호주에서 테러 활동에 개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들의 주장도 법안 추진의 한 요인이 됐다. 이민장관을 역임한 스콧 모리스 사회서비스 장관도 서명 의원들을 지지하는 입장인데 그는 “죄를 지어 기소돼 교도소에 수감되면 투표권을 박탈 당하는 것과 같은 형태”라는 비유를 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 의원들 중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 강성파로 분류되는 코리 버나르디 상원의원(Senator Cory Bernardi)은 “법 원칙상 유일한 호주 시민권만 있는 개인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은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법원의 결정이 아닌 이민장관의 재량에 따른 시민권 박탈 조치는 완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제안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첫 여당 평의원이다.

정부는 호주 시민권만을 가진 테러리스트가 다른 나라의 시민이 될 자격이 있는 경우로 전제를 붙였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로 호주의 시민권이 취소된 사람을 자국 시민권자로 받아들 일 나라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시민권을 박탈하려면 정부(검찰)가 고소를 하고 이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하는 것이 순리이고 이같은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지는 판단한다. 이민장관의 재량 범위(scope for discretion)가 모호한 것도 문제다. 정치적 분위기에 따라 이 재량권이 확대 적용될 수 있고 장관의 판단만으로 충분하지 못 할 수 있다. 장관 결정이 법원의 심의를 받는다고 하지만 요식행위가 될 수 있다.

무국적자를 만들 수 있는 점과 국적 박탈 대상자들이 사법부 판단을 통해 최후의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미흡하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본지는 이중국적자가 아닌 호주 시민권만을 가진 테러리스트의 호주 시민권을 이민장관이 박탈하는 법안에 반대를 하며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하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