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가와 유키코 / 와세다대 정경학부 교수

오는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은 심각한 정치·외교 관계 상태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미·일 동맹 재강화와 중·일 정상회담을 실시한 만큼 한국이 마지못해 역사원리주의에서 안보와 경제의 분리로 전환했다는 견해가 많은 것 같다. 맞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시장경제 원리는 도덕적 우열론이 아니라 거래(give and take)다. `창조경제`에서도, 내수 활성화에도 우선 한국이 스스로 성장 전략을 확신하고 그 속에 일본 경제가 위치해 있지 않는 한 관계 재구축을 할 수 없다.

현시점에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 관계에 대한 큰 그림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 관련 보도, 특히 일본에 대한 보도는 절망적일 만큼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일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치열한 세계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극일론`이다. 대일 무역적자가 문제시되고 환율 변동 관련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등 감정론적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유사한 산업구조를 선진 경제로 정의하면서 일본을 넘어서는 `극일`을 표방해왔다면, 경쟁이 심해져 원·엔 환율의 영향이 커진 것을 한탄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일본의 산업구조 가운데 제조업이 현재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때는 1980년대 말로 이미 반세기 전이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엔고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겨 산업구조가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었다.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 국제수지는 이런 구조 변화를 명확히 반영했다. 역사적인 엔저 수준에서도 수출은 8.4% 증가에 그쳐 무역수지는 여전히 6조57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를 겪은 일본 기업들은 한국 등 경쟁국과의 가격 점유율 다툼을 피하고 수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한편 서비스수지는 외국인 급증으로 여행수지가 55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또 지식재산권 사용료 관련 수지와 해외 자회사의 주식배당, 채권이자 등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제조업체 실적이 그대로 국가 전체의 지표인 것처럼 여겨지는 `산업보국`적 관점이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능가한 것이 나라 전체의 경쟁과 같다는 식의 보도는 한국에서는 애국적 감정론에 호소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시각이다. 일본의 산업 조직은 한국과 같은 대기업 집중형이 아니다. 도요타를 제외하고는 1개 제조업체의 경쟁력이 곧 국가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가 아니다.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2014년)에 들어간 한국 기업은 17개(공기업을 제외하고 15개)였는데 그 가운데 12개는 제조업 대기업이었다. 일본 기업은 57개 가운데 이들 비중이 절반 이하로 은행 보험 통신 등이 주로 상위였다.

2014년도 일본의 해외 기업 인수는 555건, 8조엔으로 4년 연속 최대였다. 일본 제조업체는 인수로 이미 무국적화가 진행됐으며, 1조엔 수준의 최근 사례의 주역은 서비스업이다.

`극일` `산업보국` 같은 낡고 왜곡된 안경을 버리면 한·일 협력의 잠재력이 보일 것이다. 한국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상호 보완을 위해 일본 상사나 은행 등과 다양한 거래를 하고 있다. 또 국가가 아닌 사람 차원에서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한국인을 포함해 많은 외국인들을 간부 후보로 채용하고 있다.

한국의 직선적인 과제 해결 능력과 일본의 안전 기준 등 치밀함을 결합하면 선진적이고 효율적인 의료·복지 사업도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우수한 학생들이 더 이상 공무원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시스템에서도, 바이오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농업에서도 젊은 벤처 업체들의 교류가 중요하다.

공공기관 사이에서는 방재와 감염·치매, 도시 교통 등 첨단 연구를 위해 실험 시설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과 포퓰리즘을 배제한 공정한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위해 경쟁하면 된다. `극일`의 강박관념을 벗는 것은 한국 스스로 경제적 폐색을 탈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