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 /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이번 학기 중에 교실문제로 정음우리말학교가 문을 닫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된 적이 있었다. 10개 반 모두 120여명이 되는 학생들이 교실이 없어 헤매는 정경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다행히 어려운대로 교실을 얻어 수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어 잠시나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안정되지 못한 장소 때문에 우리말학교가 언제 또 이와 같은 일이 생길지 누가 장담하랴? 교실문제는 항상 나를 불안케 하였다.

지금은 교실을 찾아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압력은 더욱 가중되었다. 그 하나는 교실 임대조건과 요구가 아주 까다로워 협의가 잘 될지 걱정이 되었고 또 하나는 임대료가 원래 예산보다 훨씬 높아 불안하다. 사실 정음우리말학교가 개교하여 5학기째 되었지만 이전에는 학교후원회 이사회의 정기적인 지원과 북경조선족사회의 후원으로 운영경비에 관해서는 거의 고민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학교운영경비도 예산을 넘어 적자가 생길 우려가 있다. 학교 수입과 지출을 간단히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정기적인 수입원은 후원회 이사회자금 약 10만위안, 모 재단지원 약 6만위안, 그리고 학부모후원금(이번 학기부터 학부모후원금으로 학생 일인당 300위안을 받았음) 4만위안 정도로 모두 약 20만위안이 된다. 지출은 현재 토요일 하루 수업에 소요되는 경비는 6,950위안(교실임대료 4,200위안, 강사료 2,750위안)으로 1년 2학기(32주)에 소요되는 경비는 22만2,400위안이고 이외 활동비용, 필수품지출 등 잡비까지 하면 거의 25만위안에 달한다. 즉 지금대로라면 약 5만위안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음우리말학교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한 면으로는 학교운영을 한 단계 높이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학교의 지속적인 발전을 둘러싸고 많은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회사를 차려 학교장소 확보와 경비부담을 일부분 담당하여 학교운영의 뒷받침이 되어주는 것인데 여기에는 헌신적인 경영자가 나서야 할 일이다. 두 번째는 학부모들의 후원금을 올려 자체의 힘으로 안정적인 장소를 확보하는 것인데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이에 호응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북경조선족사회를 상대로 모금운동을 하여 일정한 기금을 마련해 장소를 확보하고 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이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우리말학교 운영을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노력만 하면 실현할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도시에서 민족적 정감을 키우고 민족문화를 전승하는 데는 우리말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며 정음우리말학교는 북경조선족사회 전체 성원들의 힘을 합쳐 꾸려나가야 한다는 신념이다.

정음우리말학교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려면 먼저 장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장소확보도 한마디로 말하면 역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찌 보면 학교운영에 소요되는 장소확보나 경비부담은 우리사회 전체 성원들이 힘을 합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가령 우리 각 자가 일 년에 외식을 한번만 줄여 그 돈을 우리말 교육에 써도 어마어마한 자금력이 되지 않겠는가…

문제는 우리말 교육에 대한 홍보와 동원이 잘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같이 동참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