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 방송담당·부장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

구글이 지난해 11월 대만 타이베이에 세계 각국의 언론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던진 메시지다. 한 기자는 "물론 언론까지 구글의 생태계로 포섭하려는 목적이 다분한 행사였지만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 자체는 충분히 곱씹어 볼 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곱씹어 볼 만하다는 인식 자체가 아직까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뀌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테크놀로지에 종속되지 않고 과감하게 먼저 테크놀로지를 끌어 안고 융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글이 주최한 행사에 언론인이 손님으로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가 주최한 행사에 구글이 참석할 수 있도록 선도적이어야 한다. 특히 주제가 언론에 관한 것이라면 더 그렇다. 이 세상은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리더'와 '팔로우어'가 결정된다.

현재 언론계의 상황은 변혁기이자 과도기이다.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과 위치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테크놀로지 분야의 급속한 진화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이렇게 끌려만 다니면 언론계의 미래는 없다. 언론은 테크놀로지라는 날개를 달고 비상해야 한다. 잡담과 신변잡기, 단순한 의견이 범람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모바일, 인터넷 세상에서 중심을 잡고, 변화하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뉴스 전달 매체로서 자리매김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트렌드 따라하기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IT기업들의 전략과 제품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예견하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최근 보도된 언론 관련 기사 중 눈에 띄는 세 꼭지를 소개한다.

#1 페이스북이 미국의 야후나 한국의 네이버와 같은 뉴스유통 서비스를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소 6곳의 언론사와 뉴스 유통방안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2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얼마전 버지니아 소규모 신문사 2곳을 사들였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지니아 지역 신문 여러 곳을 포함해 10여 개주에서 일간지 31개와 주간지 수십 개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에 인수한 2개 신문사 중 마틴스빌 신문은 매일 1만2250부, 프랭클린 신문은 일주일 세차례 5100부를 발행한다.

#3 최근 SNS를 후끈 달구고 있는 모바일 생방송 애플리케이션이 화제다. 트위터가 지난 3월 26일 선보인 '페리스코프'가 그 주인공이다. 트위터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생방송 서비스가 새로운 형태의 SNS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페리스코프 제작사 바운티랩스를 인수했다. 트위터는 동영상 광고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세 기사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첫째, 콘텐트가 필요하다, 그것도 신뢰할 만한 콘텐트 제공업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왜 신문사와 주간지 소유를 늘리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뉴스는 광고판매에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사실이다. 뉴스라는 기본에 사람들은 클릭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때문에 광고효과를 볼 수 있다. 셋째, 모바일 뉴스에서 이제는 모바일 생방송이라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의 흐름을 모르면 뒷북만 치며 허덕일 수밖에 없다. 유튜브를 넘어 바인으로, 페이스북을 넘어 스냅챗, 인스타그램, 링크인으로. 기술의 발달과 독자의 콘텐트 소비 방법을 빨리 파악하고 발맞춰 나가는 언론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