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이두원 연세대 교수

일본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관을 비난하는 여론이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내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50%를 웃돌고 있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베노믹스로 대변되는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한국 경제에 많은 선험적 시사점을 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제 일본과 빚고 있는 역사적 갈등과는 별도로 아베노믹스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통해 한국 경제에 주는 함의를 도출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아베노믹스는 아직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다. 아베노믹스의 일차적 목표인 물가상승률 2% 달성은 아직 요원하며, 각종 성장전략 역시 미완성인 상태다. 하지만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실시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일본 주가지수는 두 배 가까이 상승하였으며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도 엔저 효과로 인해 수출 대기업 수익성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이 개선된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이는 점차 모든 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러한 긍정적 변화들이 아베 총리에 대한 50%대 지지율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베노믹스가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도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아직 한국은 양적 완화를 할 시기가 아니며, 돈 풀기를 따라하는 것이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시사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보다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베 정권의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집권 이후 현재까지 물가상승률 2% 달성 등 구체적 정책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회의적인 여론과 일부 반발 등을 겪었으나 그때마다 보다 강한 자세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점은 경제 민주화와 내수 활성화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한국과 대비되는 점이다.

또한 과거 정권들이 감히 손을 대지 못했던 각종 개혁들을 추진한다는 점 역시 배울 만하다. 많은 사람이 아베노믹스 핵심을 양적 완화 정책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이 바로 각종 개혁·개방 정책들이다. 아베 정권은 과거 일본 민주당이 추진했던 선심성 무상복지 정책을 축소하고, 소비세 인상과 법인세 인하, 농업 개혁, 노동시장 유연화, TPP 가입 등 개혁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 조치들은 단기적으로는 정권의 인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것들이나 일본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이다. 바로 이와 같이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과 과감한 개혁 조치들이 일본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 경제는 지난 20년간 정체를 벗어나기 위하여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정체의 늪에 서서히 빠지고 있는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 비록 노동시장과 연금 개혁 등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러한 개혁 역시 각종 정쟁과 이해집단 반발로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우리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을 비판하는 동시에 경제 회생 노력은 배우는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역사와 경제를 분리하여 서로에게서 배우고 협력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