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현 / 기자

▲ 임성현 기자

지난 28일 시진핑 주석이 보아오포럼 행사장에 입장하자 앉아 있던 참석자들이 기립했다. 주최국 정상에 대한 예의인가 싶었더니 웬걸. 모두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시 주석을 카메라에 담으려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장관(?)을 연출했다.

시 주석의 연설이 끝나자 이번엔 무려 10명의 현직 국가 정상들이 "중국에 감사한다"는 찬조연설에 나섰다.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잔치였다. 지난 26~29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은 중국이 세계 제패의 선봉장으로 내세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정식과 다름없었다.

한손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다른 한손에는 `AIIB`를 든 시 주석은 시종 여유가 넘쳤다. 그는 "뉴노멀에 들어선 중국 경제는 성장률에만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의 구조조정을 중요한 위치에 놓고 개혁개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7%대 성장에 머문 중국이지만 국제사회의 영향력은 오히려 배가됐다. 10여 개국 정상들의 화답은 낯간지러울 정도로 중국 찬양 일색이었다.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절한 아이디어"라며 AIIB를 치켜세웠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시아 운명공동체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고 거들었다.

현지에선 `중국몽`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과거 전 세계 GDP의 30%를 점했던 명청(明淸) 시대의 영화를 재연하자는 중국의 꿈이다.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미국이 직접 가입하진 않겠지만 사실 미국을 위해서라면 AIIB에 가입하는 게 맞다"고 할 정도다. 미국과 중국, G2 간 세력 균형추마저 갈수록 기울고 있다.

올해는 사실상 중국의 두 자릿수 성장에 `종언`을 고하는 해다. 하지만 중국은 더 이상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의 힘은 명나라 이후 60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해지고 있다. 내실을 다지던 `도광양회`를 지나 막강한 경제력으로 `화평굴기`에 성공한 중국이다. 마침내 글로벌 패권을 움켜쥐려는 `대국굴기`가 현실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