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 외교부 장관

▲ 윤병세 외교부 장관

한국이 중동에 진출한 지 40년이 넘었다. 중동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역사에 있어서 기회의 땅이었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 성공신화의 현장이었다. 그중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방문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4개국은 한국과 협력하여 사막에서 천지개벽을 이룬 나라들이다.

박 대통령이 첫 번째 방문국 쿠웨이트에서 자베르 연륙교 건설현장을 찾은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 기업의 힘으로 시공중인 48k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해상교량 건설사업은 쿠웨이트 국왕이 자기 부친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대역사다. 30억 달러가 넘는 고난도 대공사가 완료되면 자베르 연륙교는 쿠웨이트와 한국, 더 나아가 중동과 한국을 잇는 상징적인 가교가 될 것이다.

한국과 중동을 잇는 가교는 비단 자베르 연륙교뿐이 아니다. 에너지·건설 부문과 같은 기존의 전통적 협력 분야를 넘어 보건·의료, 원전, 정보통신기술(ICT), 보안장비, 방산, 교육 및 문화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우리와 중동을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저유가가 뉴노멀이 되어버린 새로운 경제환경 속에서, 중동지역도‘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다변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박 대통령이‘제2차 중동 붐 조성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 달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순방 기간 내내 세일즈 외교에 진력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번 순방 기간 중 중동국가들은 한국의 경험과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사우디에 설립될‘창조경제 혁신센터’는 우리 창조경제 모델의 최초 해외 수출 사례다. 원전분야에서 사우디와의 20억불 규모의 중소형 스마트(SMART) 원전 2기 상용화에 합의한 것은 한ㆍUAE 100년간 상생사업의 상징이 되었던 바라카 상용원전 수출에 이은 쾌거이다. 이는 100% 우리기술로 개발한 원전의 수출로서 앞으로 무한한 해외원전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연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원전수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함의도 가진다.

2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 특화 제약단지, 작년 정상회담 직후 1조원 규모의 UAE 왕립 칼리파 병원 위탁경영을 계약 체결한 데 이어 금년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의료 검진센터까지 개원하는 것은‘웰빙 외교’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최근 에볼라 대응 긴급구호대 파견을 통해 보건외교 분야에서 우리의 위상이 제고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 문화외교의 불모지였던 중동지역에서 한국의 한류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금번 방문결과 걸프지역 최초로 UAE에 한국문화원이 연내 개설되면 이 지역에서‘문화 한류’의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순방기간 내내 방문국 정상과 기업인들은 우리를‘라피끄(동반자)’ 또는‘아크(형제)’로 부르면서 호혜적 협력 확대를 희망했다.‘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알-왈리드 사우디 킹덤홀딩 투자사 회장은 한국이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고 하면서, 중동과 함께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우리의 비전을 존경하고 신뢰한다고 했다. 사우디 살만 국왕 역시“사막에서는 먼 길을 가기 전에 친구(라피끄)를 먼저 정한다”면서 우리 꿈을 실현하는 여정에 있어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우디 국왕이 우리 정상 도착시부터 출발시까지 내내 동행한 파격 의전은 정상간의 신뢰관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금번 순방전 중동의 유력 일간지는‘한국의 귀환’이라고 보도하였다. 이에 화답하듯 116명이라는 역대 최대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박 대통령과 동행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동과 함께 향후 100년간 상생의 번영을 이룰‘라피끄’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 순방은 중동에서 이루어낼 우리의 성공신화의 첫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