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영 / 베이징 특파원

▲ 박세영 문화일보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체제 3년 차를 맞은 양회(兩會: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시작됐다. 관영 언론들은 시 주석의 표현을 따라 올해를 ‘개혁 심화 관건의 해’로 발표했다.

‘관건’이라는 표현대로 올해 중국의 개혁이 성공할 것인지에 중국 인민들뿐만 아니라 외부의 관심도 집중돼 있다.

3년 차인 만큼, 지난해까지 잡아 놓은 큰 틀에서 개혁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구체적인 개혁 내용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시 주석의 개혁은 중국 내부와 외부의 평가를 보면 아직 높은 점수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각종 모순이 드러나고 이에 따라 사회적 요구가 달라지면서 어느 분야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시 주석이 개혁 원년으로 선포한 지난해 시행된 개혁 중 대표적인 것은 35년 만에 전격적으로 완화한 한 자녀 정책 개혁이다. 결과는 기대 이하도 한참 이하였다. 인권 침해 논란에도 오랫동안 강력하게 고수해 온 한 자녀 정책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인구구조의 빠른 변화로 급격한 ‘고령화의 덫’에 빠질 것이라는 학자들의 강력한 경고가 이어지자 전격적으로 이를 완화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던 것일까. 지난해 2월 ‘단독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한 베이징(北京)시의 경우 둘째 자녀를 가지고 싶다고 신청한 건수는 3만305건으로 자격이 되는 가정 중 7%에도 못 미쳤다.

매년 5만 명이 추가로 출생할 것이라는 시 당국의 예상치를 비웃는 듯한 저조한 결과였다. 전국적으로도 둘째 아이를 갖겠다고 신청한 수는 100만 건, 실제로 내년에 태어날 둘째는 약 5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역시 매년 200만 명 추가 출생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노동력 급감으로 인한 경제 성장동력 하락,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전년도에 출범해 이제 출범 1년반이 된 상하이(上海)자유무역구도 개방정책이 미진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기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양회에서는 앞으로 추진할 개혁 방안도 논의하지만 이처럼 기존에 추진한 개혁의 결과에 대한 치열한 반성도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특히 더욱 낮아진 경제성장률 대신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당국은 세우고 있다. 성장률을 8%대로 유지한다는 바오바(保八)에서 바오치(保七) 혹은 그 이하로 내리면서 그만큼 질을 높여야 하는데 단기간에 양을 질로 변환한다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다. 투자, 세금, 가격, 금융, 국유기업 개혁 등 전반적인 개혁 조치가 과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얼마나 과감한 개혁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과감한 개혁조치는 당장 저항과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중국 내외의 경제 전문가들은 다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성장 속에 경제 시스템을 바꾸고 체질을 개선하는 개혁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각종 민생 문제도 걸려 있다. 과거에 책정된 지나친 개인 소득세 등 세금 기준을 현실화하고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것, 높아진 환경 개선 요구도 중국 지도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무엇 하나도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게 없다. 중국 지도부는 과연 내년 이맘때는 어느 정도의 개혁 성과를 가지고 네 번째 양회에 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