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민 / 국립외교원장

미래투자·일자리·성장동력 지대
北 비핵화·개혁개방이 선결 과제
역사 갈등 등 亞패러독스 풀어야
남북분단 해소되는 길도 맞물려

▲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대한민국은 지난 1945년 원하지 않았던 분단으로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하면서도 섬 아닌 섬나라가 됐다. 특히 냉전과 1950년의 한국전쟁으로 사실상 대륙에 연계되지 못한 채 해양통상 국가의 길을 걷게 됐다. 해양국가의 길은 눈부시게 성공적이었다. 한국은 2011년 무역액 1조달러를 돌파했고 세계 8대 통상국가로 부상했다. 냉전종결 이후 한국은 북방에 위치한 많은 대륙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유라시아 국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온 바 있다.

성공적인 해양통상 국가 한국은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화해 유라시아 발전과 번영에 기여하는 동시에 대륙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대해가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유라시아는 세계 최대의 단일대륙이며 세계 인구의 71%가 살고 있는 공간이다.

유라시아는 우리에게 새로운 투자와 일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며 다음 세대에 걸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분단을 극복해 유라시아를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잇는 유라시아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 구상은 한중·한러, 남북러 삼각협력 및 전략적 요충지인 유라시아의 여러 국가와의 관계강화를 통해 유라시아 에너지·교통·물류망을 통합하고 확장시킴으로써 한반도를 중심으로 북방경제권과 태평양경제권을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유라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태평양과 유라시아의 교량 역할을 모색하려는 한국의 전략은 두 가지 중요한 정치안보적 과제를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북한 문제다. 유라시아로 연결하고 싶은 분단국가 한국의 꿈은 여전히 북한 때문에 막혀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한국은 유라시아의 일부지만 사실상 섬나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는 것은 한국은 물론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그리고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관계에서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둘째, 아시아 패러독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적 경제 성장엔진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할 경우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동북아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며 상호의존도가 높고 새로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역사와 영토 갈등, 군비경쟁, 핵위협, 신뢰부족으로 진통을 겪으며 지역협력이 정체되는 양면적 현실을 보이고 있다.

결국 유라시아 구상의 성공적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개방과 지역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구상과 맞물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실 유라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의 개혁개방과 지역의 안정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유라시아 구상이 정착되는 과정은 순기능적으로 남북분단을 사실상 해소하는 과정과 맞물려갈 것이며 지역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고속철도로 부산에서 평양을 거쳐 모스크바·파리로 갈 수 있는 날 한국은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교량으로서 새로운 태평양·유라시아 시대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