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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척과 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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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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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일 / 차장

16세기 조선은 척신정치(戚臣政治)의 시대였다. 이른바 외척과 훈구가 조정을 좌지우지했다. 왕실과 인척관계를 맺은 외척, 건국 및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등에서 공을 세운 공신의 후예들이 집권세력으로 군림했다. 이들은 막대한 부를 움켜쥐고 조정의 요직을 독점해 인사권·감찰권·병권을 장악했다. 명종대의 윤원형 같은 척신은 자신의 손위 누이이자 명종의 친모인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왕권을 능가하는 무소불위의 권세를 휘둘렀다. 명종실록이 ‘뇌물이 문에 가득해 재산이 국고보다 더 많았다’고 기록할 정도였다.

척신들 간의 내홍도 심각했다. 역모를 꾀했다는 괴문서가 왕에게 올라가고, 시중엔 진위를 알 수 없는 벽서(壁書)가 나붙었다. 이어 피의 숙청과 복권이 반복됐다. 조선 4대 사화(士禍)는 모두 연산군∼명종대에 걸친 척신정치 때 발생한 것이었다.

최근에도 대통령의 혈육과 오랜 가신(家臣) 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정국이 시끄러웠다. 이들이 스스로 정치판의 전면에 선 적은 없다. 다만 계속해서 ‘비선실세’ 의혹을 샀고,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수사는 경정 계급의 경찰공무원이 허위 문서를 만들고 유출하면서 불거진 ‘스캔들’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이들이 정말 비밀회동도, 미행도, 국정개입도 하지 않았다면 억울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권력암투라는 내밀한 사안은 증거로 말해야 하는 수사를 통해서는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어찌 됐든 청와대 문건 파문으로 이들이 현 정부 실력자라는 이미지는 모든 국민에게 각인됐다. 진실이 무엇이든 언론에 ‘실세설’의 주인공으로 이름과 얼굴이 오르내리면서 ‘진짜’ 실세가 돼버렸다. 때문에 청와대로서도 이들이 단순 참고인으로 포토라인에 선 것을 안도만 해서는 안 된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드는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옐로 카드’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들을 보면 대통령의 가족이나 가신들이 피의자로 검찰에 출두할 무렵부터 레임덕도 본격화됐다. 훗날 역사가 현 정부를 ‘비선정치 시대’로 평하는 일은 없기를. 모든 건 대통령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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