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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인들이 행복한 이유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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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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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 駐키르기스스탄 대사

   
▲김창규 주키르기스스탄 대사
키르기스스탄에서 일한 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구소련 붕괴 직후 주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일하면서 키르기스스탄 업무를 겸임했던 기간을 감안하면 키르기스스탄과의 인연은 참으로 오래된 것 같다. 이곳에 살면서 내가 가장 풀기 힘든 화두로 안고 산 것이 바로 행복의 문제였다. 키르기스인들이 경제 수준에 있어서는 우리만 못하면서도 우리보다 더 행복한 이유가 궁금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국민소득이 겨우 1000달러를 넘긴 나라이다. 그런 나라 사람들이 세계 행복지수에서 우리보다 한참이나 앞선다. 출산율은 높은데 자살률은 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세 가지이다. 인간관계의 긴밀성, 물질주의에 대한 경계와 원칙에 대한 믿음이다.

키르기스인들의 가족 관계와 친구 관계는 아주 가깝다. 이들은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사람을 사람 자체로 존중한다. 이러한 현상은 유목민들 사이에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금언의 실천적 의미를 이곳에 살면서 자주 실감하게 된다. 돈을 가지고 키 재기 하는 사람도 드물고, 권력을 가지고 남을 업신여기는 진상들도 보기 힘들다. 부모와 형제 관계는 물론 다른 친척과의 관계도 매우 긴밀하다.

키르기스 노인은 혼자 버려지지 않는다. 자식이 노부모를 모실 형편이 안 되면 가까운 친척이 모신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아주 가깝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이슬람의 돕기 문화와 어우러져 이 나라에는 가진 사람이 가지지 않은 사람을 돕는 문화가 크게 발달해 있다. 키르기스인들은 어려운 친척이나 주변 이웃을 돕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살며 남을 돕는 데서 행복을 구하는 것 같다.

키르기스인들은 자본주의가 초기 단계에 있어서인지 자본주의 발전이 수반하는 사회적 속박에서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 우리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고 우리보다 돈과 물질에 대한 집착이 덜하다. 이들은 지혜를 가진 자를 존중하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생필품을 선물하기보다 주로 꽃이나 그림을 선물한다. 이들은 자연을 사랑한다. 이들이 꿈꾸는 최고의 노후 생활은 고향으로 내려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한 이식쿨(Issyk-kul) 호수 주변의 시골 마을에 사는 키르기스 친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장관을 지내고도 농부로서 소 키우고 말 키우며 행복해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인의 모습을 보았다.

키르기스인들은 기본과 원칙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구소련 붕괴 이후 그 신산했던 삶의 질곡을 이겨내느라고 전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덜 받아서인지 몰라도 이들은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쌓아 온 전통적 지혜를 믿고 원칙을 의심 없이 따르며 산다. 과거의 현자들이 가르친 바를 배우고 따르면서 내면적 가치를 가꾼다. 얼마 전 키르기스의 위대한 시인인 톡토굴(Toktogul) 탄생 150주년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주최한 이도 참석한 이들도 모두 진지하게 톡토굴 시인을 추모하는 모습을 보고 키르기스인들의 문학사랑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키르기스 민족의 신화적 영웅인 마나스(Manas)는 그에 대한 서사시와 함께 민족적 정체성의 중심을 이룬다. 물질주의를 경계하고 문학과 예술을 존중하는 키르기스인들의 태도가 이들이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한다.

행복은 돈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내면의 가치를 존중하며 문학과 예술을 통해 자신을 쉼 없이 계발하는 자세에서도 나오는 것 같다. 전통적 지혜와 원칙을 존중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겸허한 자세도 나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데 중요한 것 같다. 나의 문제를 남의 잘못으로 돌리기 전에 자신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태도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고 조화롭게 하는 것 같다. 우리도 물질적 풍요는 어느 정도 성취한 만큼 이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서 행복을 찾는 노력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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