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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멀티 트랙(multi-track)’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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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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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 논설위원

   
▲ 황성준 논설위원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한 것을 바라보는 한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아베 정권 등장 이후 지난 2년 내내 전쟁 범죄 외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부정,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등 역사 퇴행적 언행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과거 역사에 얽매여서만은 아니다. 아베 총리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전후체제 탈피’란, 일본 입장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결과물인 ‘평화헌법 체제’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로 바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쓰라린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로서는 일본의 그런 움직임을 용인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은 이번 일본 총선 결과를 적극 환영하고 있다. 일본 보수 정치세력의 기반 강화가 미·일 동맹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의 노무현 정권과 일본의 민주당 정권 때의 ‘멀어졌던 관계’를 기억하며, 당분간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국방예산을 감축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11년 예산통제법을 통과시켰고, 10년 동안 4780억 달러를 감축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해군 단독에 의한 제해권 확보보다는 동맹국과의 해군연합(Naval Coalition)에 의한 제해권 확보라는 이른바 ‘줄리안 코르베(Julian Corbett) 전략’도 추구하기 시작했다. 강화되는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 커지면서, 동맹국이자 해양 대국인 일본의 군사적 역할 증대를 반길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일본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한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군함 5척이 일본 남단 오스미 해협을 지나 태평양에 진출했으며, 6일에는 중국 군용기 5대가 미야코지마 해협을 통과해서 태평양으로 날아갔다. 중국 CCTV 군사 채널은 광저우(廣州) 군구의 대규모 공군 훈련을 보도하면서 중국 SU-30이 수백㎞를 날아가 일본 F-2 전투기의 저지를 뚫고 핵심부를 타격하는 훈련 시나리오를 내보냈다. 또 올해 처음 ‘난징대학살 추모일’(13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등 반일(反日)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감정에 치우쳐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면 안 된다. 그러나 일본 아베 정권의 강화는 독도·위안부·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국교정상화 50년을 맞는 한·일 관계에 암운(暗雲)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아직 제대로 된 정상회담을 하지 못했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이번 총선 결과로 더 멀어졌다. 미국이 내년도 주요 외교과제를 한·일 관계 정상화로 삼을 정도다. 과거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관건이지만, 이것이 없더라도 한·일 관계가 더 악화돼서는 안 된다. 정상회담이 당분간 열리지 못하더라도 안보와 역사, 경제, 문화를 분리하는 등 ‘멀티 트랙’ 해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 없는 정상(正常) 관계’라도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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