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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과학원, 정신철 연구원은 말한다
이구홍/본지 발행인  |  ok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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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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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철 연구원.
지난달 말(11월 30일) 토요일 오전 9시 정신철(鄭信哲)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과 본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 연구원의 일정이 그만큼 빡빡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10여년 전부터 우리 연구소를 여러 차례 방문했기 때문에 친숙한 사이였고 대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데 다만 정 교수의 조부가 경상도 출신이어서 악센트가 유달리 강해 잘 알아들을 수 없는 흠이 있었다.

정 연구원이 먼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한국에 오면 관이나 민간단체에서 흔히 ‘해외동포는 민족자산이다’, ‘해외 700만 동포는 통일에 있어서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등등의 구호적 말들을 꺼내면서 강연도 요청하고 토론도 자주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앞뒤가 안맞는 것 같습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필자는 눈이 번뜩 띠는 대목이다. “무엇이 앞뒤가 안맞는다는 것이지요?”라고 되물었다.
그의 대답은 차분하면서도 울분에 찬 듯 약간 톤이 높아졌다.
“이 선생, 들어보시오. 중국에서도 매일 한국뉴스가 쉴새없이 터져 나옵니다. 한국에는 현재 50여만 명의 중국 조선족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한 조선족에 관한 살인사건, 흉악범죄가 터지면 언론매체에서는 부각시켜 조선족의 위상을 심하게 손상시키고 있지요. 옛날에는 ‘중국 조선족’ 하면 ‘우황청심환 약장수’ ‘불법체류자’가 대명사로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문제의 본질은 중국동포 탓만 할 일이 아닙니다. 한국 정부의 대 중국동포정책이 전무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것입니다.”

필자는 “정연구원님, 커피 드시면서 천천히 이야기 합시다”라고 하자 그는 호흡을 조절하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국 정부는 우리 중국 조선족들의 애환이나 애로점에 대해서는 무관심합니다. 아니 어느때는 배척 대상인 듯 합니다. 얼마 전 제가 서울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중국 조선족 자녀들이 한국학교에 다니는데 아이들이 부모가 조선족인 것을 숨기려 한답니다. 알면 왕따 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애들도 있는데 한쪽에서는 아까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700만 해외동포는 민족자산’이라고 하지만 한국정부와 국민들이 실제로 해외동포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요? 한국내의 조선족, 탈북자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형편에 통일을 운운할 수 있어요? 외쳐대니 그것을 누가 믿겠어요? 누가 동의한단 말입니까?”

이: 정연구원님, 이제부터는 구체적으로 한‧중 민간 차원에서 어떻게 교류하고 어떤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중국 조선족은 법적으로는 중국 공민(국민)이기 때문에 자칫 내정 간섭 문제도 있습니다.

“저는 중국 조선족들의 인재문제를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연변조선족자치주에는 부성장, 부시장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주정부나 성(省)정부에는 여러 명의 조선족 국장들이 있어 중국조선족가운데 많은 인재가 나왔는데 정계만 하여도 정부장, 차관(지방에는 공산당 성위원회 부서기, 성정부부성장, 성인민대표대회상임위원회 부주임, 성정치협상위원회 부주석 등)이 수십 명이 되고 중앙과 성정부의 국장급 인사도 많았으며 현시(縣市)의 부현장, 부시장, 그리고 국장, 과장들이 많이 나와 조선족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또한 중국 내 사회과학원 등 전문 집단 연구자들이 꽤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중국의 한반도 정책 수립에 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들이지요. 예를 들면 한진섭 선생 같은 분은 중국에서도 꽤 알려진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이 분은 원래 북한 전문가인데 유명인사에 속합니다. 그리고 박건일 씨 같은 분도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에 몸 담고 있습니다만, CCTV(중국 중앙텔레비전방송국) 국제문제 전문 토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현재 저희 사회과학원 같은 경우에도 젊은 조선족 친구들이 20여 명이 근무하고 있고 북경대학, 청화대학에도 조선족 학생들이 꽤 많습니다. 이들이 중국 내에서 위상이 커지면 자연히 중국 조선족의 위상도 높아질 것입니다. 또한 정계로 치면 전철수와 같은 분도 있지요. 한국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만 알려졌는데 실은 (중공)중앙위원이며 장관급인사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체제가 이들과 협력하고 교류하는데 전담기구가 없어요. 체계적이지 못하고 제각각이에요. 그리고 일시적이에요.”

이: 잘 알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중국동포들과 대화를 참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중국동포들도 서울에 오면 몸 사린다는 거예요. 특히 북한문제가 나오면 잘 모른다는 식이었어요. 중국동포들 특히 연변지역 동포들과 북한의 교류 등에 대해서 말씀 좀 해주시지요?

   
 
“엊그제 국립외교원장께서 북한이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내란조차 없었다고 하시면서 일본이나 미국 중국 등의 대외적 원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물론 중국, 미국의 지원도 있었습니다만, 중국 조선족과 일본의 총련의 지원을 빼고는 설명이 제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연변지역 조선족들이 북한에 지원한 것이 숫자로는 나와 있지 않지만 절대적일 것입니다. 지난 80년대 초까지는 중국동포들이 북한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때는 북한이 중국보다 경제적으로 좋았고 특히 농산물에 있어서는 훨씬 잘 살았으니까요. 특히 생필품 같은 것은 변경지역 조선족들은 북한에 가서 이른바 보따리 무역을 통해 많은 물자가 들어왔습니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은 많이 발전했지만 북조선은 그 선에서 멈췄어요. 그때부터 알게 모르게 돈, 양식, 옷 등 수없이 보냈습니다. 한국에서는 항상 북에 지원하면서도 그것이 북한동포들에게 직접 전달되는지 의심하면서 보냈지만 중국 조선족들은 가족 친지들을 통해 직접 전달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했거든요. 정부에서 발표하는 숫자보다는 조선족들이 가까이 있으면서 알게 모르게 지원한 것이 북조선으로서는 큰 버팀목이 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도 압록강변에서는 문물교환 형식으로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금 한국에서는 통일문제가 크게 부상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에 통일자문회의도 설치되고 대통령께서는 ‘통일 대박’론도 펴고 계십니다. 정 연구원께서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어왔지요? 분단된 나라이니 통일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통일을 어떻게 보느냐? 언제쯤 되겠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들을 것입니다.

“특히 한중 수교 이후 한국의 관변 학자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인데요 한중수교이후 많이 만나는 한국의 학자들은 통일이 곧 되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여기서 저의 견해는 ‘아니예요.’입니다. 무슨 근거로 통일이 곧 될 것이라고 말씀을 하시는지 그 근거는 대개 북조선이 자체적으로 곧 붕괴되는 것을 전제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5년, 10년이면 통일이 된다는 식의 말은 희망사항이라는 전제를 깔고 말한다면 모를까 근거도 없이 이야기 하는 것은 무책임한 언사입니다. 한반도의 통일은 한국만의 의사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남북이 합의했다고 해서 당장 통일되는 것도 아닌 구도입니다. 한미 간에 합의했다고 해서 통일되는 것도 아니라면 주변국들과 평형을 이루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통일도 중요하지만 통일 이전에 할 것이 있습니다. 해외동포를 보는 시각이 우선 변해야 합니다. 말로는 ‘민족자산’이라고 해요. 그럼 우리 국민들이 한국에 나와 있는 조선족을 어떻게 보느냐? 아마 비하하는 인식이 농후할 거예요. 초창기 조선족들이 한국에 와서 소위 3D 업종에 종사하고 불법체류자라고 쫓겨다니다 보니 그리 좋은 인상은 없겠지만 어떻게 제 모국이라고 찾아온 동포들을 그렇게 괄시할 수 있는지…. 그런데 이러한 분위기를 띄운 게 바로 본국의 언론매체들이란 말입니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의 가슴에 피멍지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통일에 있어서 동포의 역할을 읊어대니 얼마나 난센스입니까? 한국인들의 해외동포를 보는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이: 정 연구원의 말씀을 들어보니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중국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대한 섭섭함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 한국정부나 국민들이 초창기 아무 대책없이 중국동포들을 대량 입국시키다 보니 후유증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하나 개선되는면도 있다고 봅니다. 비자문제도 탄력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봅니다. 현지 중국동포들의 문제는 무엇이 있습니까?

“요약해서 두가지가 걱정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중국조선족들의 도시 진출, 한국 진출로 인해 농촌 붕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구 이동이 심하다보니 중국 조선족의 거점인 ‘동북3성’이 많이 달라졌어요. 학교도 문 닫는 곳이 속출하고 인구 분산으로 전통도 문화도 사라져 가는 위기입니다. 원래 소수민족 집단의 문화 육성의 기반은 민족의 결집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조선족 농민들의 이탈로 조선족들이 경작하던 농토를 한족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과정에 조선족이 직면한 위기 또한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피땀으로 개척한 농촌집거지가 위축되고 수많은 민족 구성원이 단순한 품팔이꾼으로 전락하고 문화기반을 잃어가면서 공동체 생활은 붕괴되고 있으며 이는 조선족 민족의 정체성 위기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조선족의 현실을 누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철 연구원은 다음 행선지를 위해 자리를 뜨면서 손을 내밀었다. “이사장님 잘 부탁합니다.”면서 떠나는 그의 뒷못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필자는 저와 같은 분이 재중동포사회에 건재하고 있는 한, 재중동포사회의 미래는 아직도 밝다는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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