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2.24 토 17:19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환동해 에너지 지정학과 남북관계
한국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12.0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최병두 /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 최병두 대구대 교수
며칠 전 시베리아산 유연탄 4만500톤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로 54㎞ 옮겨진 후, 나진항에서 중국 선적 화물선에 실려 포항 신항으로 운송된 것이다. 이 유연탄은 포스코 원료 야적장으로 보내져 포항제철소에서 코크스 원료로 사용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의 의의를 가능한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포항시장과 포스코, 현대상선 등 관계자들이 준비한 포항 신항 환영행사가 통일부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통일부는 총 400만 달러 정도의 사업비 가운데 항만비용 등으로 북한에 지불된 비용은 “거의 없다”고 애써 감추고자 한다.

그러나 언론은 이번 운송이 남ㆍ북ㆍ러 3각 협력 프로젝트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시범사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사업은 관계국들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동북아 국가들 간 에너지 물류와 경제협력의 확대, 그리고 남북 관계의 개선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을 위해 에너지원의 안정적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진항을 경유한 노선을 이용하면 다른 경로에 비해 1.5일의 시간과 15~20%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업은 환동해 경제의 활성화와 더불어 유라시아대륙 교통과 북극항로 개척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북한은 운송 적환지인 나진과 주변 두만강지역 개발을 위해 이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남북 경협은 물론 중국과의 경협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새로운 대안이 된다. 사실 하산~나진 철도 현대화 사업은 러시아 주도로 이루어졌고, 사업을 시행한 북러합작사 ‘나선콘트라스’의 러시아 지분은 70%까지 허용됐다.

최근 유가는 폭락하고, 미국은 셰일가스혁명으로 에너지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더욱이 서방 압력에 의한 남동유럽 가스관사업 폐기는 러시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산~나진~동해안 운송로의 선점은 주요 에너지 소비국인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저렴하고 안정된 운송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한다. 최근 러시아 극동개발부 장관의 국제적 행보를 보면 러시아가 이 사업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중국 역시 이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동북3성(요령ㆍ길림ㆍ흑룡강성)과 창지투(장춘ㆍ길림ㆍ두만강지역)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지역 자원의 개발과 중ㆍ러 에너지 협력도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물류를 중국 남부로 수송하기 위한 동해 운송로의 개척이 긴요하게 됐다.

이와 같이 동해를 통한 에너지 운송은 이를 둘러싼 모든 국가들의 필요와 이익에 부응한다. 환동해 다섯 국가들의 국내 총생산을 합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 많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발전한다면 환동해 지역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장밋빛 전망만으로 이번 시범사업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이번 사업은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은 ‘남ㆍ북ㆍ러 가스관 사업 참여’와 안정성이 부족한 대북 투자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중국과 일본 역시 이번 사업을 자국의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정부는 제3국을 통한 간접적 대북 경협이라는 이유로 이번 사업을 허용했지만, 천안함 사태에 따른 5ㆍ24 제재 조치로 남북경협이 중단된 이후 남북관계의 개선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역으로 북한도 남한을 별로 신뢰하지 않으며,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북한의 요구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동해 에너지 운송으로 시작된 이번 사업은 이러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환동해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는 폭발적 확장성을 가진다. 관련 국가들이 불신과 긴장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으로 이번 사업에 임한다면 환동해 에너지 지정학은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화해와 공생의 지정학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