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세종대 정치학 교수]

▲  호사카 유지/세종대 정치학 교수

지난 13일 미얀마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중·일(韓中日) 외상회담과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공식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이에 찬성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원래 2008년 이후 3국이 돌아가며 열어 왔으나 2013년 이후에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9월 서울에서 외교 고위 관계자들이 서로 연내 외상회담 개최를 확인했고, 지난 10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연내 한·중·일 외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일본 측은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한·중·일 외상회담을 열고 3국 정상회담은 연내 또는 내년 초쯤 일정을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중·일 정상회담을 열면서 그 기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기자 회견에서 위안부 문제 등에서 일본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 한·일 정상회담은 제외하고 다른 회담은 모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15일 중국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이 실현된 뒤인데도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일본 측의 관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3국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한국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중국 측은 중·일 정상회담의 4대 합의 준수를 일본에 요구한 것이다.

한·중·일 3국만 놓고 보면 정상회담 개최 시 한·중 연대가 일본을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변수가 있다. 하나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다. 호주에서 16일까지 열린 G20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중국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나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대두를 방해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일본과 3국 연대를 과시하면서 크림 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간섭을 경고했고, 중국에 대해서도 유화적 태도에서 돌아설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중국에 접근하려는 한국에 대해 미국이 여러 방면에서 개입할 것이므로 미국이 한·중·일 회담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에 대해 한국의 외교 방향을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중간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적인 성과를 과시하려고 중국의 대두에 제동을 걸 경우 한국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일본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가 연말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 자민당은 ‘점검을 위한 총선거’로 생각하지만, 야당 특히 민주당은 명분 없는 총선이라고 비난한다. 지나친 엔저 때문에 일본 내 수입 업체들이 어려움에 부닥쳤고 소비세 인상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는데도 내년 10월에는 현행 8%의 소비세를 10%로 또 올린다는 아베 정권의 공약에 반대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많아졌다. 그래서 해산과 총선으로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는 게 아베 정권의 논리다. 하지만 총선이 실시되면 총리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아베 총리가 유임될 경우 일본 국민의 신임을 배경으로 한·중 두 나라에 강력한 요구를 할 우려도 있다.

북한의 움직임도 또 하나의 변수다. 한국 정부는 전제조건과 변수들을 잘 파악해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