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

일본 내 북한 대사관 역할을 해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가 결국 일본의 한 부동산 투자회사로 넘어가게 됐다.

도쿄(東京) 도심의 금싸라기 땅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건물은 작년 초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에 나왔다. 북한과 조총련은 외교 루트를 총동원해 일본 정부를 설득했지만 매각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5일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를 다카마쓰(高松)시의 부동산 투자업체 마루나카홀딩스에 매각하도록 한 법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조총련이 낸 특별항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1년6개월 여를 끌어온 조총련 본부에 대한 매각 절차가 끝이 났으며, 조총련은 이 건물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도쿄 도심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지상 10층, 지하 2층짜리 조총련 본부 건물은 재일조선인계 신용조합이 파산하면서 작년 3월 경매에 부쳐졌다. 1차 경매에서는 가고시마의 사찰 사이후쿠사(最福寺)가 45억1900만엔을 써내 낙찰을 받았지만,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작년 10월에 실시된 2차 경매에서는 50억1000만엔을 써낸 몽골의 아발사(社)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도쿄지방재판소가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아발사에 대한 매각을 불허하면서 22억1000만엔을 써낸 차점 입찰자 마루나카홀딩스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도쿄지방재판소는 올 3월 24일 마루나카홀딩스에 대한 매각 허가가 확정됐다고 공시했다. 조총련은 이에 대해 “마루나카홀딩스의 응찰금액인 22억1000만엔은 입찰 하한선인 21억3460만엔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이 건물 시세에 훨씬 못 미친다. 채무자로서 변제할 때 큰 손실을 보게 됐고, 법률적으로도 문제 소지가 다분하다”며 매각 허가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항고를 제기했다.

조총련 본부 건물과 토지는 시가 약 3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마루나카홀딩스는 209억원 정도에 이를 낙찰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쿄고법은 지난 5월 “마루나카홀딩스에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를 경매 매각하도록 결정한 1심 법원의 결정은 정당하다”며 매각을 허가했다. 조총련은 이에 불복해 특별항고를 제기했지만, 일본 최고재판소 역시 항고를 기각했다.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5월 말 북·일 합의, 지난 6월 북·일 국장급 회담 등에서 조총련 본부 건물 매각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가 이를 해결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조총련 본부 문제는 사법부 소관이므로 사법 절차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일시 매각 절차를 지연시키는 움직임을 보였다. 북·일 합의가 타결된 직후인 6월19일 일본 최고재판소는 조총련이 1억엔의 공탁금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조총련 건물과 토지에 대한 매각 허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결정을 한 바 있다.

수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매각이 완료된 조총련 본부 건물은 마루나카홀딩스가 소유권을 이전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조총련은 이전이 불가피해졌다. 이전지로는 도쿄 분쿄(文京)구에 있는 조선출판회관 건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