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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이 위탁관리 대상인가
미주중앙일보  |  ok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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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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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경/이민사학자·국민회 전문위원

우리의 사회적 신분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코리안아메리칸으로 분류된다. 한인 커뮤니티가 이민사 유물의 한국 위탁이니 뭐니 해서 양분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건 바로 이에 대한 인식의 부족 탓이다.

정체성이란 살아가면서 국가나 이념 종교 같은 제반 환경조건이 만들어주는 것이지 타고날 때부터 공짜로 받아 쥐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코리안아메리칸 신분이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주 한인들은 한국이 혈연적 원천이고 받는 수(受)혜자이면서 동시에 주는 수(授)혜자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를 통해 주로 주는 수혜자에서 그 후 주고받는 관계로 발전해 왔다. 4.29 폭동을 통해 숱한 성금이 한국에서 쏟아져 들어왔고 IMF 때는 거꾸로 한인들이 많은 성금을 모아 한국에 보냈다. 정치 경제는 물론 학문이나 연예 기술 비즈니스 등 모든 분야에서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한다.

미주 한인들은 한국과 미국을 잇는 쌍방의 문화사절이면서 한국과의 특별한 동병상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재외동포를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격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고자 해외 인력풀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서로 도울 때는 문제가 없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릴 땐 어쩔 수 없이 부담스러운 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한때 한국인들의 의식 속엔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은 모두 '친미파'로 각인되어 있을 정도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생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 때 우리가 집단 죄의식에 빠졌던 것은 바로 그가 한국계였기 때문이다. 다행이 그땐 미국이 우리를 코리안아메리칸으로 받아주어 무난했지만 반대 현상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4.29 폭동 당시 백인들은 한인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무슨 갈등이 일어난다면 이렇게 미주 한인들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번 이민사 유물의 한국 위탁관리 문제도 주고받는 관계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유물은 우리 세대가 만든 이민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전 세대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역사적 소장품이기 때문이다. '위탁관리'라는 단어도 거슬린다. 유물이 어디 경영학이나 비즈니스로 풀어야 할 사안인가. '위탁'이란 스페인의 중세 봉건영주가 이슬람과 유대인 농노에게 가한 강제 공물징수 제도(encomienda)에서 비롯돼 아메리카 대륙 정복 후 300년 동안 원주민을 무차별 학살하면서 성행했던 노예제도다.

유물의 소유주가 따로 있는 만큼 교회는 관리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인데 사태를 여기에까지 이르게 만들었으니 그 책임도 만만찮을 성 싶다. 이제 유물의 진짜 소유주는 미주 한인의 후손들이다. 유물의 한국행은 그들의 미래를 포기하라는 말과 똑같다. 이미 스캔작업 리스팅 작업도 끝났다 하니 한국 연구자들의 연구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터이다. 그럼에도 원본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물은 위탁의 대상이 아니라 현지 보존이 가장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다. 그리고 수장고는 미주 한인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지금은 그동안 무차별 한국으로 가져간 모든 유물에 대한 환수위원회를 가동시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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