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필 / 미주 중앙일보 논설고문]

한국은 1(0), 중국은 3(8), 일본은 19(0). 한·중·일 3국의 노벨상 성적표다. 괄호 안의 숫자는 외국국적의 수상자다. 한국의 수상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뿐이다. 미주 한인커뮤니티도 아직은 수상자를 내지 못해 괄호에 들어갈 숫자는 '0'이 될 수밖에.

3개국 중 괄호 안에 숫자가 들어간 유일한 나라는 중국. 8명이나 된다. 미국 시민권자다. 순수 중국 본토 출신은 3명. 이 가운데 2명은 문학상, 나머지 1명은 평화상이다. 미국 다음으로 센 나라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과학 분야 수상자가 없어서다. 반면 중국계 미국인 수상자 8명은 모두 물리학과 화학에서 상을 따냈다. 중국은 자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11명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실제는 3(8)에 불과하다. (8)명은 미국서 태어났거나 일찌감치 귀화해 최고봉에 이른 학자들이다. 중국계는 1957년 처음으로 물리학 수상자를 냈다. 그것도 한꺼번에 2명씩이나.

일본은 괄호에 들어갈 숫자가 없다. 수상자 19명 전원이 몽땅 '메이드 인 재팬'이다. 가장 오랜 이민역사를 지닌 일본계 커뮤니티가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어 의외다. 문학상과 평화상 2명 빼고는 나머지 17명이 화학, 물리, 생리의학 등 과학분야다. 자국의 대학에서 연구에 정진한 결과물이어서 일본의 기초과학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야흐로 노벨상 계절이다. 다음 주엔 화학상부터 시작해 수상자가 발표된다.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기관인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KAIST 교수(화학)와 재미동포과학자(생리의학)의 수상이 유력시된다.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기관의 발표여서 자못 흥분된다.

가장 근접해 있는 후보는 하버드 의대 교수 출신의 찰스 이(한국명 이장철). 그가 소장직을 맡고 있는 커네티컷주의 잭슨랩 유전체의학 연구소는 벌써부터 축제분위기다. 의학계에서 '잭스(Jax)'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연구소다.

수상자 발표를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은 본인 외에 또 있다. 대널 멀로이 주지사(민주당)다. 3년 전 잭슨랩을 커네티컷으로 유치한 장본인이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주의회를 설득해 무려 3억 달러를 투자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이 교수의 학문적 명성과 리더십에 올인했다고 할까. 그의 전공은 환자 맞춤형 암치료법 개발. 잭슨랩이 성공을 거둘 경우 커네티컷은 암치료의 세계적인 메카로 떠올라 재정수입 증대는 물론 고소득 일자리도 7400개나 창출된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겠다. 잭슨랩은 노벨상 발표에 하루 앞서 준공식을 갖는다. 이 교수가 노벨상만 받으면 금상첨화일텐데.

전세계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 화학 물리 등 과학분야 올림피아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메달잔치로 치러진다. 일본도 상위권에서 비켜나 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도 노벨상 만큼은 미국이 거의 독식이다. 왜 그럴까. 고급두뇌에겐 인종이나 국적에 관계없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때문일 것이다. 최대의 수혜자가 바로 찰스 이 교수다.

노벨상에 관한 한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맨꼴찌다. 멕시코도 화학상을 포함해 3명이나 되는데. 이번 기회에 '노벨상 콤플렉스'를 날려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상대로 이 교수가 수상하면 미주한인들의 위상도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