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11.21 화 18:10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칼럼
사회와 교육 - (17)법과 제도와 기구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김삼오  |  oktime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9.2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 박사

   
▲ 김삼오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여기 한 교포지에 실린 ‘한국민주주의 후퇴했다’ 제하 글에 대한 메아리입니다. 글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EIU)의 민주주의 지수를 인용한 결론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90 년대 초 필자는 민주주의는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글을 여기와 한국의 간행물에 썼었습니다. 아래는 지면이 넉넉하던 중앙경제(중앙일보 자매지, 1993년 2월 7일자, 김영삼 정부가 출법한 시기)에 크게 실린 ‘국민태도부터 달라져야’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입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서양에서 유래한 것이다. 민주주의는 제도고 모든 제도는 내용이 있다. 그 내용은 법의 존중, 정의와 질서, 평등주의, 합리주의와 같은 원칙이다. 사람들이 이런 원칙을 내면화하고 실천에 옮길 때 민주주의가 정착된다.”

50년대 대학 정치학과를 다닌 필자는 당연히 헌법, 국민의 기본권, 3권분립, 공정한 선거제도. 민주 정당, 법치주의와 같은 민주주의 기본 전제에 대하여 귀가 아프게 배웠습니다. 이런 전제와 원칙 위에 국가 최고통치권자와 국회의원이 제대로 뽑히고 나라가 운영된다면 겉보기로 민주주의 국가인 것은 맞습니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식적인 이해는 그 후 행태 과학적 입장에서 언론을 공부하고 고국 사회가 물량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크게 달라졌습니다. (행태과학은 어떤 집단이 다른 집단과는 다른 행태적 특징이 있다면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그 이유를 사회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학문적 접근이다). 법과 제도와 기구가 아무리 민주주의 정신과 원칙에 맞게 잘 구비되어 있어도 국민의 행태가 그대로라면 내용의 면에서 민주주의는 요원하다는 생각입니다. 삶의 질로 본 민주주의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물론 법과 제도와 기구는 바람직한 행태를 위한 지침이며 장치입니다. 실제 그런 역할을 하나 그건 부분적이거나 그 자체로는 완전할 수 없습니다. 숨겨져 있는 인간 행태의 모든 영역을 다스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장치에는 언제나 빠져나갈 구멍(loopholes)을 안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 정부 정책은 어느 분야든 규제 아니면 규제의 완화였는데 결과는 같았습니다. 국민이 한사코 자기 이익을 챙기겠다면 별수가 없는 것이지요.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필자는 이러한 행태주의 관점에서 계속 여러 매체에 기고를 해왔습니다. 그러나 큰 반향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가, 필자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으나 그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형식 (또는 절차) 민주주의는 몰라도 실질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는 원인으로서 국민행태가 다른 어느 것보다 중요함을 반증하는 두어 가지 관찰을 해봄으로써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관운이 좋다

첫째는 한국인들의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입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관 앞에서 ‘깽판’을 벌이는 민을 보고서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못사는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경제발전과 산업화의 결과, 사회는 다원화되고 관직에 버금가는 다양한 직함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그런데도 관을 경외하는 풍토는 여전합니다. 장관, 국회의원, 대법관, 판사, 대사, 도지사, 시장 등을 만나면 허리를 크게 굽히고 두 손을 잡고 악수를 하는 모양새가 비굴하기 짝이 없는 장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상대를 존경해서라면 그야말로 그건 미풍양속이지요. 또 관을 무조건 적대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제는 관에게 잘 못 보여 이로울 게 없다는 계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누가 높은 공직자의 자리에 오르면 "차관급이다, 1급이다 아니다" 등 직위의 고하가 화제이고 관운이 좋다며 부러워하고, 각 대학의 학보나 향토지는 이들을 출세한 사람으로 내세우는 기사로 차 있습니다.

순전히 민간이나 개인 차원의 모임인데도 고위 관직자가 참석해주어야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국민부터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실례입니다. 그런 사회라면 정경유착에서 볼 수 있듯이 관과의 밀착은 불가피하며 실질적 민주주의는 역시 요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존민비와 민주주의는 정반대 개념입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인과 학자들이 관(官)이 불러주면 기다렸다는 듯이 좆아 들어가는 작태는 위와 같은 권위주의 사회풍토와 직접 관계가 있습니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주범은 우리 자신이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됩니다.

둘째는 회한(悔恨)한 이야기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정치적 실세는 아무리 엄청난 비리를 저질러도 감옥행을 면하는 게 현실입니다. 입건이 되면 곧 “이건 물타기다, 정치적 보복이다, 야당 탄압이다”라고 우기는 소속 정당이나 지지 세력의 강력한 비호를 받습니다. 국민의 시각도 그렇습니다. 돈 안 먹고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며 관대합니다. 그러다가 사건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고 맙니다. 재벌 총수는 경제에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합니다. 그러니 법치주의는 교과서에서나 다뤄지는 헛소리가 되는 셈입니다. . .

같은 맥락으로 지적해야 할 게 한국인에게 유달리 현저한 기회주의와 탐욕입니다. 반독재 분위기가 한창이던 50년대 필자가 아는 많은 야권 성향의 학우들이 정치인을 꿈꾸었습니다. 곧 5.16 군사혁명이 터졌는데 재빨리 혁명 주체인 민주공화당에 재빨리 끼어 든 사람들이 국회에 입성했고 그 후 승승장구했습니다. 지조를 지켜 여생을 가난하고 고독한 길을 걸은 경우와는 아주 대조적입니다. 그렇게 해서 기회주의는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기회주의가 성행하는 한 사회정의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그간 그 많은 비리와 부조리가 폭로되고 사회적 규탄이 이어졌지만 그대로인 것은 자기이익을 위하여 불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기회주의자들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 아닌가요. 최근의 세월호 사건이나 그와 관련된 특별법 제정을 놓고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교착된 한국의 정국도 바로 그것입니다.

인사청문회

국회인사청문회장을 보십시오. 대부분 주인공들은 기득권층입니다. 그런데도 위장전입같은 치사스러운 수단을 동원 더 벌려고 한 것입니다. 이게 탐욕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부동산 투기 현장에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할 것 없이 구름처럼 모여드는 현상은 당연합니다.

국민의 패거리 정신, 기회주의, 탐욕을 막거나 제재할 법은 없습니다. 해법은 무엇일까요? 더 길게 쓸 수 없습니다. 한마디만 남기겠습니다. 정부와 언론과 국민의 아젠다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아젠다는 국민이 제일 먼저 (priority)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입니다.

국회가 세월호 이후 입법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게 오늘 한국의 주요 정치적 이슈인 것 같습니다. 법률 제정은 국회의 중요한 기능인 건 맞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법이 없어 안 되는 게 몇 가지나 되는가요? 진정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우리 민족이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민생, K-Pop, 스포츠, 불럭버스터 영화, 그 어느 것 보다도 행태혁명, 도덕혁명이 아닌가 합니다. 과거 민생을 돌보지 않은 정부가 어디 있었던가요?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