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터김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회장

“우리 아이들에게 동해를 일본해로 영원히 가르치게 한다면 후손들에게 얼마나 죄를 짓는 일입니까.”

지난 2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 표기를 의무화하는 법안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한 ‘미주 한인의 목소리(VoKa)’ 피터 김(한국명 김영길·55·사진) 회장이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힘든 입법과정과 향후 목표 등을 털어놨다. 김 회장은 24일 오후 영산대를 시작으로 25일에도 부경대, 인제대 등에서 잇따라 초청 강연을 위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평범한 미주 한인인 김 회장이 이 같은 운동에 투신한 것은 지난 2012년 2월 당시 늦둥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교과서를 보고 나서다.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엉터리 교과서라고 아들에게 지적하니 아들이 ‘모두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해 화를 참지 못해 속된 말로 뚜껑이 열렸죠.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가능성을 가지고 노력하면 그 시도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소매를 걷어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도 한인사회의 요구로 버지니아주 의회에 ‘동해 병기법안’이 상정되기도 했지만 일본계 주민의 로비에 가로막혀 법안 통과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었다. 그는 백악관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을 통해 ‘미국 내 교과서 동해 표기 바로잡기’ 청원을 시작해 서명운동에 불이 붙었다. 김 회장은 그해 12월쯤 ‘VoKa’라는 단체를 창립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일본의 강력한 로비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3년 다시 상정된 동해 병기 법안은 결국 의회를 통과해 지난 3월 버지니아 주지사가 승인했다. 김 회장은 “법안 통과는 15만 명 버지니아 한인사회의 승리”라면서 “미국에서 한인사회의 단결력과 정치적 파워를 보여준 성과로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1단계를 성공했을 뿐 험난한 2, 3단계가 아직 남아있다며 목표를 설명했다. 우선 오는 11월 시작되는 연방하원 및 상원선거(중간선거)를 시작으로 2016년 미국 대선 때까지 230만 전체 한인들을 결집시켜 미국 전체주에 ‘동해’ 표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그는 “미국이 되면 유럽 우방국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고, 최종목표는 2017년에 모로코에서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도 동해 병기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1977년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뒤 미 공군 장교 등을 거쳐 현재 가족 및 친척 변호사들과 함께 워싱턴 ‘마우리 왓슨’ 로펌의 고문을 맡고 있다.

<김기현 기자 /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