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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교육 - (16)OECD 국가중 가장 낙후되기 쉬운 코리안 커뮤니티의 정보와 수준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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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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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 박사

   
▲ 김삼오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한창 일할 나이의 반을 외국에서 보낸 사람으로서 소회가 많은 것은 다른 동포들과 같습니다.
한국은 그간 많은 디아스포라를 해외로 내보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그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될 만한 책 하나 쓸 수 있지만, 돈 되는 일이 아니니 어느 출판사가 맡아주겠으며 누가 읽겠습니까? 우리는 고국과 밖에서 모두 마이너리티 신세입니다. 인류문화학자 에드워드 홀(E. Hall)은 이민을 인생의 단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민은 뿌리가 뽑힌 삶이라는 흔한 말과 같은 맥락이나 그 결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명언이기도 합니다.

물론 예외도 있고 각자 처지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친숙했던 언어와 문화와 사람들과 주변 환경과의 결별이라는 점에서 두 배 안간힘을 써 살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사회적 직위나 금전만을 생각한다면 현지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성장률이 낮아 보수 효율 또한 당연히 낮은 한인사회 안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직종이라면 최악입니다. 그 직종이 한인사회에 잠재적으로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느냐는 별개입니다. 한 가지 전형적인 사례는 한인사회 안에서 제작되고 배포되는 바로 교포신문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해외에 나와 각자 개인이 알아서 돈만 모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모르겠습니다. 그와 함께 전체가 일등 국민으로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겠다면 구성원들을 계도하는 우리대로의 육영기관과 언론기관과 철학과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육영기관이 따로 없으니 언론기관이 그 일을 겸해야 합니다.

그런 중차대한 사명을 맡아 해야 하는 교포신문이라면 거기에서 일하는 기자와 종사원은 그에 걸맞게 보수와 장래 전망이 좋아야 하나 그러지를 못하니 그 매체들이 어떤 처신을 할 지 걱정입니다. 그 걱정은 커뮤니티의 숙제로 남기고 오늘 여기서는 교포신문이 하는 일을 저의 전공인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틀 안에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것은 ‘정보와 지식과 영향력의 흐름’이란 말로 표현됩니다.

오피니언 리더

그 흐름의 패턴으로 2단계설(The two step flow of information and influence)이라는 개념이 이 학문 분야에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컬럼비아대학 폴 라자스펠드 사회학과 교수 연구팀이 일찍 1940년 대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주민들을 상대로 투표행위를 조사한 결과 나온 학설입니다.

연구팀은 원래 예측과는 달리,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에 한 표를 던질 것인가의 결정을 대중매체 (당시는 신문과 라디오)보다도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더 영향을 받아 했다는 사실이 판명된 것입니다. 이때 영향을 준 가까운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분명 학식과 덕망이 높고 세상 지식에 관심이 커, 늘 신문과 책과 방송을 읽고 듣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세상 지식이 필요할 때 이들을 찾아가 의견과 자문을 구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책 등이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과 영향력은 1차적으로 이들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에게 전달되고, 그 다음 이들이 이것을 소화한 후 의견을 달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가 즐겨 쓰는 오피니언 리더라는 말은 오피니언 리더십연구(opinion leadership study)로 알려진 이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40년이라면 한국은 일제 치하입니다. 그 때 한국의 농촌에는 신문과 라디오가 드물었지만, 있어도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농군에게는 신문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들은 필요한 지식을 분명 동네에서 몇 안 되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당시 고졸 정도의 교사, 회사원, 군청 직원 등 배운 사람들)을 찾아가, 또는 그들과의 평소 대화를 통해서 얻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지식과 정보와 영향력의 2단계 흐름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대학 교육의 대중화, 신문, 텔레비전, 책 등 전통적 대중매체가 진원지가 되는 정보와 지식과 영향력의 수직적, 일방향적 흐름에 더하여 좀 더 수평적이며 쌍방향적 흐름을 가능케 하는 소셜 미디어 (온라인 미디어, facebook, twitter 등)의 출현, 어느 가정에나 한두 대는 갖게 된 텔레비전 수상기의 높은 보급률 등을 고려한다면 2단계 설보다 다단계설(multi-step flow of communication)이나 융·복합단계설이 더 타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필요한 세상의 정보와 지식을 우리말과 영어의 두 차원 (two tracks)에서 구하고 처리해야 하는 해외 한인들의 경우 아직도 2단계설이 그대로 잘 적용될 것입니다. 투표행위와 상품 구매행위가 좋은 예입니다. 한인회장 등 단체장 선거에서 어느 후보에 한 표를 던질 것인가를 대개 친구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게 되고, 식품, 화장품을 살 때 광고보다 직접 사서 써보고 먹어본 동족인 이웃, 친지, 동향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 그것입니다.

까막눈 영어

지식이 밥 먹여 주냐고 묻기 십상인 게 여기 한인들의 삶입니다. 그런데 웬 고리타분한 학설인가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커뮤니케이션 흐름의 단계설을 중심으로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보면 재미있는 게 많아 보입니다.

영어 공부에 오랜 시간을 보낸 우리 1세대와 1.5세대 중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구독하여 읽고 ABC 방송을 쉽게 보고 들을 수 있으며, 원어민을 만나 고급 사회 지식을 놓고 자유자재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어 구사력을 갖춘 이가 몇이나 될까요? 어렵기는 배운 사람 덜 배운 사람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성장 후 이민 온 교포들이 새삼스럽게 실감해야 하는 영어의 특징입니다. 그 점에서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우리들 대부분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40년대의 한국의 농군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호주에서 고립된 무식꾼 커뮤니티가 아니라 배운 지식인으로서 주류사회의 당당한 시민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요? 누가 그런 지식에 대한 권위 있는 소스와 오피니언 리더, 말하자면 멘토 노릇을 할 것인가요?

한인사회를 굽어보면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하는가 의구심이 생깁니다. 저는 과거 호주소식과 한호지역문제연구소의 이름으로 오피니언 리더가 될 만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인사회 이슈를 토론하는 교양강좌와 세미나를 여러 번 열었었습니다. 신문 광고로만 알렸을 경우 5~10명 참석하면 많은 편입니다. 친지와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신신 부탁하면 50-100명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커뮤니티에 기대할만한 지적(知的) 구심점과 오피니언 리더층(여론주도층)이 생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는 현실을 잘 압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 구성원들에게 가장 큰 지식원은 고국 기사와 함께 호주 주류매체의 기사를 선택적으로 번역하여 옮기는 그 나마 교포신문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도 그 중요성을 인정하기는커녕 우습게 여기는 구성원이 많은 것은 큰 아이러니입니다. 신문은 번역 기사 투성이라는 비아냥거림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도 많이 해봐서 아는 데요, 번역만 하는 것도 피를 말리는 작업입니다.

한국어 신문도 못 읽는 문맹은 한인사회에 없습니다. 다만 전체 인구에 비하여 교포신문의 부수는 아마도 10분의 1이 안될 것 같습니다. 신문을 읽은 사람이 거기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암암리에 확산할 게 분명합니다. 다만 그것을 옮기는 사람은 신문에서 본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자기가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합니다.

문제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교포신문이 수준 높은 오피니언 리더층을 구축하는 콘텐츠(내용)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저는 위에서 이미 고급 사회 지식이란 말을 썼습니다. 어떤 내용이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고급 사회 지식일까요? 여기에서 길게 쓸 수 없겠고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호주가 어떤 사회이며 우리가 모범 소수민족그룹으로 여기에 어떻게 슬기롭게 적응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으로 길을 밝힌다면 그런 지식입니다.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할 호주의 다문화주의나 인종차별의 실상과 그 외 커뮤니티와 직접 관련을 갖는 많은 이문화 이슈(cross-cultural subjects)에 대한 리서치 중심의 깊이 있는 교육적 보도가 있다면 역시 고급 지식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영세한 교포신문이 이런 영역을 충분하고 일관성 있게 다룰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계가 있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학 이론으로서 ‘지식습득의 격차 가설(the knowledge gap hypothesis)’이라는 게 있습니다. 인구 중 많이 배우고 언어에 지장이 없고 전문 직업상 동기 의식이 강한 계층은 새로운 지식을 빨리 소화하고 계속 축적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계층은 반대여서 양자 간 지식의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부(富)에서뿐만 아니라 지식에 있어서도 계층 간 빈부격차가 커지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바 교민들의 체계적인 사회 지식에 대한 무관심, 우리대로의 잘 구비된 도서관 부재, 자취를 감추는 한인 서점, 아마도 낮은 원서 열독률 등 몇 가지를 생각해보면 벌어지는 계층 간 지식격차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전반적 지식수준의 저하가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 한인 커뮤니티는 OECD 선진국 문화 속에서 지적으로 가장 낙후될 처지에 놓여 있지만 그런 위기의식을 갖는 단체장, 지도자, 공관장, 고국의 재외동포정책 담당자가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자 왈, 그건 호주의 한인사회 이야기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해외 하인사회 가운데 가장 인구가 크고 앞서 있다고 하는 미국 한인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도와 간행물을 봐 판단하건 대, 자체 사회를 종합적이며 체계적으로 연구한 지식을 체계화한 문서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계도하는 지적 (知的) 구심점이 없기는 거기도 마찬가지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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