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  /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문일현 중국 정법대 객좌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업적은 ‘반(反)부패 전쟁’이다. 정치국원 보시라이를 시작으로 군사위 부주석 쉬차이허우, 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에 이르기까지 사정의 칼에 쓰러진 장관급 이상 고위직만 40여 명에 이른다.

숨 가쁘게 달려온 1년 반. 그 반부패 전쟁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10월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 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주요 안건으로 부패 문제를 다룬다. 어떤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반부패 전쟁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4중전회 의제는 ‘의법치국(依法治國)’, 우리말로 법치(法治)다. 저우융캉 문제를 비롯해 부패방지법과 사법제도, 공안 개혁 등이 논의된다. 하나같이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최근 열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원로들 간 심각한 의견 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저우융캉 사법처리가 반부패 투쟁의 종착역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인지다. 이를 둘러싸고 중국 정계는 팽팽하게 양분돼 있다. 한편에선 정치국 상무위원 출신에 대한 사법처리 자체만으로 엄청난 충격과 경종을 울린 만큼 소기의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면 정국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므로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른 쪽에선 사법 형평 차원에서라도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맞선다. 정도가 더한 사람도 많은데 누구는 잡고 누구는 불문에 부치게 되면 ‘정적 제거’ ‘표적 사정’ 논란을 자초하게 된다. 또 당사자는 물론 국민도 납득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다음번 타깃으로 거명되는 인사들 중 저우융캉보다 더 중량급인 고위직들 실명을 그럴싸한 이유와 함께 은밀히 유포시키고 있다.

사정의 칼날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느끼는 쪽은 절박하다.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칼을 빼든 쪽도 사활을 걸긴 마찬가지다. 잘못했다간 오히려 자신이 당하기 때문이다.

문화혁명으로 숱한 고초를 겪었던 덩샤오핑은 집권 후 두 가지 불문율을 만들어 후임들에게 전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사법처리하지 않는다. 또 고위 간부를 사법처리할 때는 법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고 그 가족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혁명 같은 대재앙을 피하려면 최소한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상무위원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저우융캉 사법처리는 덩샤오핑이 만든 불문율을 파기하는 것인 동시에 묵인돼온 성역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개 선언이다.

거물들에 대한 연이은 사법처리로 중국은 열광하고 있다. 인맥이라는 관계망으로 촘촘히 얽혀 있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정의 칼을 전가의 보도처럼 마냥 휘두를 수만은 없다는 게 고민이자 한계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부패를 원천 차단하고 엄벌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왔다. 4중전회 핵심도 바로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인치(人治)에서 법치로 변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이 한국 공직자 재산 공개 등 관련법과 제도를 면밀히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채롭다.

시 주석은 부패 문제 해결에 국가와 당(黨)의 존망이 걸려 있다는 절박감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계속해서 집권할지도 반부패 전쟁 결과에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반부패 투쟁에서 개인 생사와 영예는 중요하지 않다.” 시 주석이 최근 한 회의에서 내비친 비장한 각오다. 이는 부패와 반부패 세력 사이에 진행 중인 내부 투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암시이기도 하다. 저우융캉이 마지막인가? 4중전회를 앞둔 중국 정계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휩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