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주일(駐日)대사가 21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데 이어 23일 부임한다. 한일관계가 최악인 시기에 박 대통령이 ‘원로 일본통’을 기용한 데는 공식·비공식 채널을 총동원해서라도 경색을 해소해보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유 대사도 “지금 한일관계는 최악”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돼선 안 된다. 두 정상이 당연히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 나라의 국가 정상이 모두 바뀌었는데도 1년 반이 넘도록 정상회담이 제대로 열리지 못한 것은,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심각한 비정상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들이 음으로 양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유 대사가 신임장을 받은 당일 일본 자민당의 정책 결정 기구인 정무조사회는 ‘고노(河野)담화’를 대체하는 새 담화를 발표하도록 일본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내년’을 적시하기까지 했다. 반세기 동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발전해 온 양국 관계의 기조에 대한 명백한 역주행이다. 그 근거는 일본 아사히 신문이 위안부 문제를 다룬 과거 기사 일부를 취소한 것과 6월의 고노 담화 검증 보고서다. 그러나 정작 아사히 신문은 “일본군이 여성의 존엄성을 유린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이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일본 정부 각료들과 80여 명의 국회의원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

한일관계 정상화, 그리고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런 망동부터 없어져야 한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문제는 수많은 증언과 사실이 존재하고 피해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생존해 있음에도 단지 ‘정부의 강제동원 지시 공문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한사코 부인하려 한다. 피해자 증언보다 범죄 기획안을 찾아오라는 발상이고, 문명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또 일본 정부가 패망하면서 기밀문서를 모두 감추고 소각한 것은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의 역사 퇴행이 시정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