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석ㅣ사회부 차장

배무한 전 LA한인회장이 제32대 LA한인회장 선거비용 잔액을 전용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인회 정관에 '한인회장 등록비와 선거비용 잔액은 감사의 확인을 거쳐 차기 한인회에 인계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32대 한인회 계좌에는 등록비 및 선거비용 10만 달러 가운데 5만 달러만 입금됐다. 선거비용 1만2000여 달러를 지출하고 남은 3만7000여 달러는 사라졌다. 확인 결과 배 전 회장이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배 전 회장은 자신이 주도해 개정한 정관을 1년도 지나지 않아 어긴 꼴이 됐다. 31대 한인회를 이끌며 다양한 활동들을 추진력 있게 펼쳤으나 유종의 미는커녕 임기 막바지에 큰 오점을 남기고 만 것이다.
지난 달 열린 제31대 LA한인회 마지막 이사회 당시 선거관리위원 한 명은 "선거비 잔액이 심히 걱정스럽다. 누군가 이 돈에 손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선관위 수입지출 결산서를 보고하기로 결심했다"고까지 말했다. 커뮤니티 공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메시지였다.
이에 배 전 회장은 "절대 걱정하지 마라. 커뮤니티 공금이니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 돈은 32대 한인회 운영비로 넘어가도록 내가 직접 확인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배 전 회장은 정관뿐 아니라 스스로 한 약속까지도 어겼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도 도리어 잔액을 챙겨간 행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전 선관위원을 비난했다.
그는 31대 한인회를 운영하며 막대한 사비를 지출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인회에 무엇을 위해 얼마나 왜 썼는지 등 타당성 있는 증거를 열거하지 않고 "한인회 운영비에 내 돈 많이 썼다"는 주장만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최근에 제임스 안 현 한인회장을 만나 물었다.
"커뮤니티 공금입니다. 선거비 잔액을 배 전 회장에게 왜 줬습니까?"
안 회장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배 전 회장이 그러더라. 한인회 운영하면서 사비 8만여 달러 정도 썼다고. 원래는 8만여 달러를 다 가져가야 하는데 5만 달러는 32대 한인회에 주고 잔액은 가져가겠다고. 잔액을 받으려면 소송해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선거비용은 한인 커뮤니티의 공금이다. 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배 전 회장이 사비로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커뮤니티에 봉사하기 위해 한인회장직을 맡는다고 했던 배 전 회장이다. 그러나 그가 지난 2년 동안 지출한 돈을 아까워하면서 커뮤니티 공금에 손을 대는 모습에서 그에게 한인 회장 자리는 봉사가 아니라 단지 감투일 뿐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감투로 생각했다면 배 전 회장의 행동이 꼭 잘못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봉사직으로 생각했다면 커뮤니티 공금을 가져가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올드 타이머 한 명도 "실망이 크다 세상이 다 보는 앞에서 공금을 가져간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32대 한인회 일부 이사들은 "이 문제를 순순히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시점에서 한인커뮤니티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배 전 회장이 커뮤니티 공금을 LA한인회에 돌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