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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의 경륜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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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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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묵 / 칼럼니스트, 전 동아일보 기자 ]

 

   
▲ 김홍묵 (언론인)
대형 사고에 무능한 정부, 낭패를 거듭하는 고위직 인사, 국권을 조롱하는 사이비 종교집단, 흠집을 내기 위한 무차별 비방, 국익과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 공방, 희망은커녕 불안과 불신이 팽배한 사회, 나사 빠진 나라, 그래서 안녕하지 못한 국민들···. 2014년 오늘 대한민국의 자화상입니다.

그 답답함에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를 다시 떠올려 봅니다. ‘전후 최대의 파산’ 선고가 내려진 일본항공(JAL)을 3년 만에 기사회생시킨 이나모리. 스스로 기업(교세라)을 창설하여 성공하고, 철저하게 망한 JAL을 일으켜 세운 그의 경영 철학에는 국가 경영의 경륜(經綸)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 경영의 목적은 직원의 행복추구
“나는 다른 업무도 있어서 JAL에는 일주일에 사흘밖에 나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회사를 갱생시킬 생각입니다. 그 목적은 사원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2010년 12월 1일 200명의 간부들에게 던진 이나모리 회장의 일성이었습니다.
“주주를 위해서도 관재인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 직원의 물심양면에 걸친 행복 추구입니다. 경영 목표는 이것 하나로 승화해서 JAL 재건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경영정보를 모든 사원에게 공개하겠습니다.”
기존의 간부들에게는 폭탄선언이었습니다.

이날 뒤풀이 때 한 임원이 이나모리의 선언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회장님, 아까 하신 말씀은 금기어입니다.”
“어떤 말이 금기어라는 건가?”
“직원의 행복에 대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정보를 공개하면 조합이 기어오릅니다.”

이나모리는 괴이하다는 표정으로 되받았습니다.
“사원이 있어야 회사가 있지 않은가? ‘사원의 행복’을 지향하면 노사의 종착역이 같아지고, 목적이 같으면 말이 통할 거야, 그리고 경영진과 사원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네. 이게 안 되면 전원이 참여하는 경영은 할 수가 없어.”

전 직원이 경영자가 되는 이른바 이나모리의 ‘아메바 경영’에 대한 설파였습니다.
회사의 수천, 수만 명 직원을 수백 개의 소집단(아메바)으로 나누어 각각의 소집단이 ‘오늘 한 업무의 이득과 손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이나모리 경영의 핵심입니다.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스스로 할 행동을 찾게 하는 소통 경영입니다.

# 관료적인 수식어는 전부 버려라
“대략 50억 엔입니다.”
“대략은 숫자가 아니야.”
“80% 정도 됩니다.”
“정도라는 말은 사용하지 말게.”
창업 초부터 임원 선임 때 철저하게 관료 출신을 배제해 온 이나모리는 회의나 보고서에서조차 관료적인 수식어를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항공사는 태풍이 불면 비행기가 뜨지 못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비즈니스 고객이 줄어들고, 환율 변동·유가 폭등 땐 실적이 악화됩니다. 아무리 ‘근사한 계획’을 세워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위의 온갖 이유를 찾아 ‘계획보다 근사한 변명’을 늘어놓는 JAL의 엘리트들에게 그는 관료식 변명 대신 철저한 숫자와 대안을 요구했습니다.

실적보고회 때 이나모리와 담당 임원 간의 문답은 살벌하기까지 했습니다.
“····라는 이유로 이번 달은 수입이 줄었습니다.”
“줄었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 계획인가?”
“그것은 아직···.”
“자네는 평론가인가?”
‘모든 숫자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는 이나모리는 숫자의 변화를 파악해서 그 원인을 찾아내고 다음 대책을 세우도록 강조했습니다.

변명과 수식어를 금지당한 임원들은 회의석상에서의 받아쓰기나 서류검토보다, 회의 전에 세세하게 숫자를 분석하여 정보로 무장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임원실만 지키면서 현장엔 통 나가지 않던 임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현장을 찾게 되고, 대안을 모색하는 등 현장 사정에 정통하게 되었습니다. 80을 눈앞에 둔 나이에도 수치에 밝은 회장의 지적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 목숨을 걸고 약속은 지킨다
“정기승급은 약속할 수 없지만, 사원 급여가 올라갈 수 있도록 회사 경영에 필사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나를 믿어 주세요. 만일 내가 엉터리 경영을 하고 사리사욕을 취하는 일이 생긴다면 내 목숨을 내놓겠습니다.”
교세라 창업 3년째 정기승급과 장래 보장을 요구하는 고졸사원들의 요구에 대한 이나모리의 대답이었습니다. 거짓말이 될 약속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였습니다.

‘JAL 재건의 관건은 기득권과의 싸움’이라고 단정한 그는 가장 강경파인 기장조합과 승무원조합 설득에 나섰습니다. 회유책이나 해고 위협을 쓰지 않았습니다. 단체교섭 같은 형식도 버리고 단신으로 그들의 원 안에 뛰어든 이나모리는 있는 그대로의 경영 실태를 들려주었습니다.

“회사의 파산 상황을 이기고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승무원들도 나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입견을 버리고 진실을 이야기했지요.”
JAL은 갱생계획에 따라 조종사 인건비를 약 40% 삭감했습니다. 동맹 휴업 우려도 있었지만 노조는 조용했습니다.

조종사 중 한 명은 이나모리의 이야기를 들은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장님은 진짜 우리를 위해 화를 낸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경영자의 진심을 알 것 같았습니다.”
민낯의 정보를 공유하면 사원은 경영자 마인드를 갖게 되고, 윗선의 지시가 아닌 현장의 의지로 돌아가 ‘스스로 타오르는 집단’이 된다는 이나모리 경영철학이 뿌리내렸다는 증좌입니다.

# 거짓말과 독점은 악이다
“나는 매일 ‘나의 동기는 선한가?’ '사심은 없는가?'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집니다.”
이나모리가 항상 되새기는 ‘이타적 마음’의 바탕입니다. 그는 이를 토대로 △거짓말을 하지 마라 △정직하라 △욕심 부리지 마라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남에게 친절히 대하라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인간으로서 당연하게 지켜야 할 규칙을 규범으로 삼아 경영을 하라는 좌우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거짓말 하면 안 된다’라고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는 JAL 재생의 첫걸음으로 사원에게 이것을 요구했습니다. 설득→ 공감→ 합의의 프로세스를 거치면서. ‘마음가짐’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해도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50여 년의 경험철학으로.

그러면서 그는 반독점의 철학을 적극 펼쳤습니다. 과거 국내선은 반드시 전일본항공(ANA)을 이용해 온 그는 JAL이 없어지면 ANA 독점체제가 되고, 일본 경제도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일념으로 JAL 회생에 몸을 던졌습니다.
독점으로 시외전화 요금이 미국보다 몇 배나 비싼 일본전신전화공사(NTT)에 맞서 제2전신전화주식회사(KDDI)를 설립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손익보다 신뢰에 무게중심을 두었습니다. 파산 전부터 자본업무 제휴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JAL에 항공 동맹체 이전 문제가 본격 거론되었습니다. 아메리칸항공과 영국항공이 이끄는 원월드(One World)에 속해 있는 JAL은 델타항공이 중심인 스카이팀(Sky Team)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습니다. 양측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난 이나모리는 각고 끝에 원월드 잔류를 결정했습니다.

그는 마지막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자신이 임명한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니시 마사루 사장, 나는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의라고 생각하네. 아메리칸항공은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동료인데, 그것을 우리만 좋자고 관계를 끊어서야 되겠는가?”
이나모리 회장은 눈앞의 이해득실보다 인간성과 신뢰에 근거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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