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칼럼> / 유신모 정치부 기자 ]

▲ 유신모 경향신문 기자

한국 언론을 통해 공개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모란봉악단의 현송월 단장이 지난 16일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보였다.

현송월은 제9차 전국예술인대회에 나타나 “우리 군대와 인민을 위하여 예술창작 창조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리겠다”고 연설했다. 이 장면은 국내 언론들을 당황시켰다.

‘현송월 처형’은 지난해 8월 한 보수언론이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처음 보도했다. 북한 은하수관현악단 소속 예술인 10여명이 음란 동영상을 찍은 혐의로 총살됐으며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애인이었던 현송월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후 종편과 보수 매체들이 앞다퉈 이를 받아썼고, 외신들은 한국 언론을 인용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다시 그 외신을 인용해 ‘재탕 보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의 추문도 추가됐다. 리설주가 결혼 전 은하수관현악단에서 활동했다는 이력에서 비롯된 ‘아니면 말고’식 선정적 보도였다. 극우단체들은 이런 내용을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날려보낸 ‘삐라’에 고스란히 실었다.

‘현송월 처형’ 오보는 국내 언론이 북한 뉴스를 얼마나 함부로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국내 언론은 북한에 관한 한 오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차피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인 데다 나중에 오보로 밝혀져도 책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외국에서 한국발 북한 뉴스는 ‘루머’로 취급받은 지 이미 오래다.

폐해는 크다. 이런 잘못된 보도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대북관을 심어준다. 이렇게 형성된 일그러진 여론은 정부 정책에 반영된다.

때마침 세월호 참사 보도를 계기로 언론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북한 뉴스 생산자들도 무책임한 자세로 너무 편하게 기자생활을 해오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