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약 20년 전 나온 졸저 언론 관련 책에는 1970년 대 전후 잘 알려진 학자들이 많이 인용되어 있다. 그 도서 명목(references)을 본 어느 분이 “너무 오래됐네요”라고 말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컴퓨터나 과학 기술 분야를 보라. 6개월이 멀다하고 이론적 모델과 시스템이 바뀐다. 인문학 분야와 크게 다른 점이다.

경제학과 심리학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개요’를 빼놓고 연구하고 강의할 수는 없다. ‘그때가 언제야, 그건 구닥다리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든 학문과 이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인문사회과학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활동이 아니다.
오랜 기간 전임자들이 쌓아 놓은 연구와 이론의 틀에 벽돌 몇 개를 더 얹는 활동인 게 보통이다. 외로워도 그 분야를 천착할 가치가 있는 이유이다.

교육학의 기본 명제인 상벌(賞罰)이론을 중심으로 오늘 우리 민족공동체(한국과 북한과 해외 한민족을 망라한 전체)의 문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상벌은 보상(報償)과 처벌(Rewards and Punishment)을 줄인 말이다. 위 영어를 보고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과 혼동하지 마시라. 상법이론의 시초는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가 개를 가지고 한 실험이다. 중고등학교 생물학 시간에 한번쯤은 들었을 테니 길게 설명 안 하겠다.

몽고 사람들은 여우 사냥을 매를 데리고 한다. 해방 후 한국의 농부들이 매를 이용해 꿩 사냥을 하는 것을 나는 직접 봤다. 이때 동물을 훈련시키는 방법은 모두 같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을 때마다 먹이를 준다. 관객들 앞에서 쇼를 하게 코끼리나 물개를 훈련시키는 동물원의 조련사들도 같은 방법을 쓴다.

100년 전 파블로프가 알아낸 조건반사 이론은 이 분야 고전이지만 지금도 건재하다. ‘구닥다리’가 아니다. 인간의 교육 방법도 근본적으로는 같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는 방법이다.
다만 지능이 높은 인간은 어린 아이이거나 단순한 육체적 학습의 경우가 아니라면 동물의 경우처럼 계속적으로 주입되는 외부 자극과 그에 대한 반응의 반복인 stimulus-response의 도식 과정보다 머리 속에서 이뤄지는 학습이 더 많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가 책을 읽고, 또는 남의 행동을 보거나 텔레비전을 통하여 배우는 이른바 모방학습(imitation learning)은 그런 예이다. 이렇게 머리 속에서 배우는 교육을 인식적 학습(cognitive learning)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또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에 후진들이 벽돌 몇 개를 새로 얹어 놓은 사례라고 하겠다.

저명성이 관건

지능이 높은 인간이 동물과 크게 다른 또 한 가지가 있다. 인간에게는 먹이 하나가 중요한 상(이득, 즐거움. 인센티브로 바꿔 불러도 될 것임)이 될 수 없다. 의식주는 당연하다고 친다면 남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는 욕망이 더 중요하다. 성취욕, 명예욕, 정복욕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이들 욕구를 저는 저명성(prominence)을 얻고자 하는 욕구라는 한마디로 줄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밥도 못 먹는 사람 말고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일을 보면 저마다 저명성을 향한 투쟁과 노력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앨빈 토플러도 장래를 뚫어보는 혜안을 가진 미래학자가 아니지만, 앞으로 ‘우리사회가 어떻게 되어갈까’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람에게 저명성을 줄까’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존민비로 알려진 바,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권력과 관직에 오른 사람을 절대적으로 쳐주었다. 급속한 경제발전이 화두가 되면서 돈 번 사람을 쳐주기 시작했다. 오늘날 권력과 금력은 사촌간이다. 그 안에서 노는 스타플레이어(star players)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 사회가 어떤 쪽으로 굴러갈지는 우리가 지금 직접 당하고 있는 현실이 잘 보여준다.

필자가 일본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던 때 그 나라는 군국주의가 한창이었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서는 ‘오또꼬’로 특징지어지는 일본식 남자라야 대접을 받았다. 문약한 남자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것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겠다는 ‘가미가제’ 조종사들이 모자라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 결과 그 사회는 어떻게 됐나? 나라가 원자탄 세례를 받는 재앙을 입었다.
주권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안보와 국제경쟁이라는 구실 아래 엉뚱한 지도자들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현실은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위하여 불행한 일이다. (경기도 안산 寓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