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중앙일보 / 유세준·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 ]

동포 1세들은 이민의 고단함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 성취의 이면에는 자녀교육의 소홀함이라는 그림자가 있다.

자녀들에게 한글과 한국문화를 제대로 심어준 1세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국 시민권자라 할지라도 2세들은 한국인의 뿌리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여행업계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은 모 여행사 사장에게 출신국에 대해 물었더니 온두라스라고 했다.

그래서 맨해튼의 유명한 온두라스 식당이 어디냐, 온두라스의 유명한 관광지는 어떤 곳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 부드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출신국의 언어와 문화에 정통할 경우 각종 모임이나 대화에서 풍부한 화제를 끄집어낼 수 있고, 만남을 통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적도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학업, 진로, 직업 등에 있어서도 훨씬 다양한 선택지를 받아들일 수가 있다.

이민자 자녀들에게는 집에서는 모국어로 부모와 대화하고 학교에서는 영어로 이야기하여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습득하라는 것이 미국의 교육정책이라고 한다. 자국 언어와 문화를 간직하고 활용하면서 물리적으로 동화하라는 것이다. 이런 것이 미국의 다양성이며, 이는 곧 미국의 저력으로 이어진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전혀 모른 상태로 미국인으로만 살아가는 2세 3세의 모습보다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주류사회에 진입하여 미국 시민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 그것이 바로 1세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바라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