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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인 신문의 유료화 유감(有感)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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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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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오 / 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이러나저러나 별 수 없는 교포언론에 대한 글은 지난번 ‘왜 또 교론언론인가?(2014년 1월27일자)를 마지막으로 더 안 쓰리라 마음먹었었다. 오늘 그 결심을 바꾼 것은 호주동아일보(이하 호주동아)의 주말 판 유료화 계획에 대한 ’폭탄선언’ 때문이다. 최근 몇 주에 걸쳐 발표한 그 배경 설명과 의지 표명은 구구절절 맞다고 본다.

이러나저러나 별 수가 없다면 마지막 대안으로 버틸 힘이 있는 신문이 이 길을 한번 가볼만하다고 평소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몇 달 전인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그 신문의 기자가 자사의 계획을 비쳤을 때 나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 기자도 기억할 것이다.
이 글은 같은 의견의 되풀이가 아니다. 주사위가 던져졌으니 이 분야에서 앞서 간 사람으로서 성공을 바라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마디 소견을 남기고자 해서다.
도움이라니? 어줍지 않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다. 더욱 폭탄선언 운운한다면 웃긴다고 말할 교민도 많을 것이다. 저마다 갈 길이 바쁜 교민들에게 유료화는 하거나 말거나 일 수 있다. 그럼 왜 폭탄선언인가? 그리고 왜 그게 중요한가?

콘텐츠가 관건

이 길을 걸어온 사람, 이 사회를 걱정해온 한 사람의 심정은 다르다. 호주동아의 오직일 발행인이 그 신문의 창간 준비를 서둘고 있던 1989년 초는 호주에서 최초의 한국어 매체인 ‘호주소식’을 내가 7년째 경영하고 있던 때였다. 서울로 떠나기 전 어느 날 나는 오 발행인을 내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던 신라식당(캠시)으로 초치, 새로운 신문을 내느니 내 신문을 인수하면 어떻겠느냐고 종용한 적이 있다. 그 양반을 직원인 양광열씨가 대동했었다.

그 후 한 동안 고직순 현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은 그 신문의 편집국장을 했고 나는 지난 35년간 호주소식 말고 호주동아를 포함 현존하는 거의 대부분의 교포신문에 편집고문 자격으로 꾸준히 기고를 해왔으니 고 발행인과 나는 지금의 호주동아에 대해서는 선배 격이다.

한국의 언론계에는 이상한 관례가 있다. 남의 신문에 대하여 말할 때는 이름으로 직접 지칭하기를 피하는 것이다. 점잖은 고발행인도 지난번 유료화 문제를 다룬 글에서 그랬었다. 그럴 필요가 뭔가? 나는 호주동아와 호주한국일보는 경쟁과 함께 상생관계 또는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다.
한 매체가 매체환경의 전체 지형을 바꾸겠다며 칼을 뽑았는데도 모두 죄 지은 사람들처럼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는가? 적어도 지대한 관심과 의견 표명이나 활발한 토론을 제안해야 할 것 아닌가? 이 때 관심과 토론의 초점은 내 신문 남의 신문이 아니라 전체 한인 언론과 전체 한인사회의 발전과 이익이어야 할 것이다.

작금의 교포언론의 처절한 실상은 그 신문의 여러 머리기사와 사설로 나온 발표에 자세히 적혀 있으니 내가 말 안 해도 된다. 유료화 방안에 대한 한 대교민 호소와 자사의 의지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말로 하는 것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또 다르다. 구성윈들의 성원을 호소하기 전에 신문 콘텐츠의 획기적 변신이 관건인데 제한된 이 사회의 인적 자원으로 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은 그런 맥락에서 학자풍의 원칙론이 아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건의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의 신문에 대한 왈가왈부가 아니라 호주동아도 발표에서 밝힌 대로 전체 사회의 안위가 걸린 문제에 대한 지상토론이며 이왕 유료화로 언론 환경을 크게 바꿔 보겠다니 애독자와 선배로서 그 신문에 대한 희망 사항이기도 하다. 오래 없기 바란다.

“우리가 최초(?)”

본론에 앞서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갈 게 있다.(지루하겠으나 조금만 참아 주시기 바란다). 호주동아의 유료화 시도가 한인사회 역사에서 처음이라는 주장이다. 나 개인으로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그러나 한인사회의 장래를 위해서는 아니다.
약 32년 전(1982년 8월) 황무지에서 최초 한글 신문을 낼 때 나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몇푼 가진 돈을 객지에서 몽땅 날릴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그 모험을 줄이기 위하여 기업인인 양정집 사장(에코톤전자)을 억지로 파트너로 끌어 들였었다.
창간호가 나온 한두 달 후일 것이다. 호주소식은 몇 개 교회와 식품점을 골라 돈을 받고 판매하기 시작했었다. 그 가운데 양사장 가족이 신도였던 시드니제일교회(담임목사 홍길복)에서는 거의 전원이 아마도 성원하는 뜻으로 사주어 입구에 쌓아놓은 신문이 일요일 예배 후 바닥이 났었다. 하지만 유료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일부 고정 광고주와 신문의 주요 배포지인 식품점들의 간청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기억하는 구포들이 많을 것이다.

무릇 연구 논문에는 문헌조사(literature review)라는 파트가 들어가 있다. 해당 연구분야에서 앞서 간 사람들의 족적을 찾아 언급하는 부분이다. 전통이란 바로 그런 족적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각 분야에서 뭔가 새로 시도하는 사람은 전임자들의 행적을 알아봐야 한다. 한인사회에 그런 성의나 예의가 아예 없다. 엊그제 들어와 자기가 ‘원조다, 최초다’고 홍보하는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

2008년 출간된 ‘호주한인 50년사’(편집위원장 추은택) 편찬 때 교포언론 파트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나는 고사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혼란했던 과정을 진솔하게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교민들의 시각으로 봐 이 사회나 작품 자체에 재를 뿌리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파트는 시드니대학 곽기성 교수가 맡아 했다. 그 분은 언론학자지만 초기 상황은 잘 모를 것 같아 양해를 얻어 호주소식이 처음 어렵게 나오게 된 일부 상황을 내가 써 삽입했다. 그 안에 “호주소식의 유료화는 오래가지 못했다”는 기록이 들어 있다.
이제 본론이다. 지면 상 길게 못한다.

(1) 정보의 사각 지대
언론의 내용(콘텐츠) 가운데 가장 상품성이 큰 게 정보다. 팔 수 있다는 말이다. 한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많이 발굴하여 싣는다면 신문은 팔릴 것이다. 어떤 게 그런 정보일까?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특화된 정보다. 특수 집단인 이민자는 특수한 정보의 필요와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 분야를 공략하는 게 첩경이다.

한 가지만 예로 든다. 한국과 호주의 국적법과 여권법, 한국의 주민등록법 규정이다. 한국은 단일국적제를 체택하고 있어 교포가 거주국 시민권을 받으면 그 시점부터 한국 국적은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따라서 그 시민권자가 한국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하면 지금은 벌금 200만원이다.(내가 해보니 아니더라 하지 말기 바란다. 걸리면 가차 없다). 그 외에도 여러 관련법에 따라 벌칙이 많다.

여기 주재 공관 민원실에 가 보면 양식만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을 뿐 이런 사항을 경고하고 설명해주는 안내서(호주 관청이나 공공 단체 카운터에 가보면 흔한brochure, leaflet, flyer등으로 불리는 책자)가 없다.

과거에는 시민권은 편의상 받아놓았을 뿐 기존의 한국 여권으로 여행을 하는 교포가 많아 총영사관은 여권 연장이나 갱신 때마다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입증을 신청자가 이민부에 가서 받아오도록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벌금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여기 교포들은 비슷한 호주의 출입국 규정에 대하여도 알아야 한다. 20여 년 전 내가 취재해서 알던 바로는 호주 시민권자가 된 이민자는 호주 공항 출입국 때 외국 여권(foreign passports, 예컨대 한인의 경우 한국 여권)을 사용하면 안 되고 이민부는 그 때마다 컴퓨터 검색을 하는 것으로 들었었다. 지금도 그런가? 그리고 위반으로 적발되면 벌금이 있을까?
호주는 복수국적을 이민자에게는 인정하지만 국내 출생자에게는 안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십 수 년 전 호주 출신의 미디어제왕 루퍼트 머독이 미국인이 되었을 때 그는 호주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 모두 귀 동냥으로 얻어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우리에게 중요한 또 다른 정보의 사각지대는 복지를 담당하는 센터 크다. 얼마 전부터 노인연금수당(펜션)을 받는 시니어들이 25년만 호주에서 적법하게 산 후에는 고국에 가 살면서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개인이 아니라 공적 차원에서 취재가 필요한 사항이다. 교포언론은 이런 영역을 파고들어 체계적으로 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적법을 개정, 65세 이상의 해외 시민권자 한인에게 한국국적과 주민등록증을 내주고 있다. 그러나 영주권자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국적 소지자는 비거주로 취급하고 주민등록을 말소해놓고 있다. 외국국적자에게도 발급하는 주민등록증을 해외 영주권자인 자국민에게는 안 내주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작년 초인가 국적법 개정의 주역이었던 야당 의원이 시드니를 방문하게 되어 이 기가 찬 사실에 대하여 물었다. 금시초문이라는 듯 그는 수첩에 적는 것이었다. 그 뒤 바로 전임 시드니 총영사를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하여 알고나 있으라며 거론했었다. 그 또한 금시초문이라는 듯, 그러나 내 앞에서 이미 복수국적과 주민등록증을 받고 돌아온 일부 교포들에게 전화를 해 직접 확인해보는 성의를 보였었다.
나는 여기에서 오래 살다 보니 거쳐 간 총영사만도 적어도 10여명과 교류가 있었다. 모두 좋은 분들이다. 그러나 부르면 가야 하는 그 많은 모임에 참석해 스피치를 하느라 임기를 보내니 한인사회의 실질적 이해 사항에 대하여는 잘 모르고 떠나는 게 사실이다. 이는 교포언론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국적과 관련 위헌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자국민에 대한 역차별에 대한 글을 나는 인터넷 판 ‘세계한인신문’(2012.11.23일자 ‘복수국적의 허점’)에 썼었는데 그게 구글의 복수국적난에도 전재되었었다. 그게 계기가 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한국 정부는 금년 9월부터 65세 이상 영주권자에게는 정식 주민등록증(미확인), 내년부터는 그 외 영주권자에는 교포용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는 보도가 한국에서 나왔다.

(2) 땡전 뉴스와 알 권리
커뮤니티 신문인지라 모임과 행사 뉴스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뉴스가 모두 ‘누구누구 참석 하에’로 시작하고 그들이 한 하나마나 들으나마나한 덕담 수준의 발언을 꼬박꼬박 기록하는 매너리즘은 5공 시절의 ‘땡전 뉴스’를 연상케 한다. 돈을 받고 팔 신문은 이런 틀에 박힌 단조로움을 벗어나 각 기자가 보는 눈으로 특색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인사회가 고국 정부로부터 받는 가장 일반적인 재정 지원은 동포재단의 지원금(grants)이다. 그 액수가 대단히 클 수 없겠지만 그나마 어느 단체가 매년 얼마를 받는지 우리는 모른다. 이게 독자의 ‘알 권리’에 해당하는 이유는 지원은 개인이 아니라 한인사회를 위하여 공여되는 것이므로 그에 맞게 유효하게 쓰여 져야 하고 구성원은 그걸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의 사례를 보면 이런 ‘알 권리’를 위한 보도가 쉽지 않다. 개혁을 내걸고 나오는 신문은 이런 분야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방만한 편집
학문과 함께 언론의 생명은 독립성과 엄격성이다. 우리 편 사람의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부탁한다고 해서 지면을 대문짝같이 방만하게 할애하고 미사여구로 찬 글을 실으면서 신문을 팔겠다면 독자를 우롱하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누구나 아는 신문의 사회적 책임이다. 과거 모씨의 우주로켓 발사, 파라마타 데이비드존스 분양사건 등 대박 기사처럼 터뜨려 놓고 나중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발을 빼 버린 것은 무책임한 사례다.

(4) 고료
교포신문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면 각자 쓰고 싶은 글을 써 보내는 공짜 기고가 아니라 편집국이 고료를 지불하면서 이러 이러한 내용의 글을 써달라고 위촉하는 맞춤형 편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유능한 전문인 기고가 풀이 양성될 수 있다. 호주동아는 이번 유료화를 계기로 그간 거의 사라진 고료 지급 제도를 정착시키려는 건지 궁금하다. 유료화로 생기는 돈을 한인사회의 발전 기금으로 희사하겠다니 고료쯤은 문제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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