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안 = 김수정 기자] = 최근 전 세계 의료·과학계를 흥분시킨 일본의 신형 만능세포인 ‘STAP세포’(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연구가 희대의 사기극으로 판명나면서 일본사회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이는 지난 2005년 우리사회를 뒤흔든 ‘황우석 사태’와도 꼭 닮아있다. ‘세계 최초’라는 집단적 믿음이 한순간에 ‘거짓’으로 판명나면서 일본 여론은 대체로 극단적인 분노와 함께 각종 음모론을 쏟아내는 등 현실회피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 `제3의 만능세포' 개발했다고 발표, 노벨상 후보감으로 주목받았다가 사진 조작으로 판명돼 사기의 주역이 된 주역인 일본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연합뉴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 때는 ‘자랑스러운 일본인’으로 추대했던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30·여) 연구주임이 사실은 재일교포라는 황당한 의혹까지 쏟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 황우석 교수의 논문 문제점을 세상에 알렸던 ‘브릭’(BRIC, bric.postech.ac.kr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회원들도 이번 사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표절된 논문 내용은 물론 현재 일본 학계 및 네티즌 반응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들 중 아이디 ‘간장**’은 “현재 (일본) 트위터 등을 통해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며 “잘 나갈 때는 ‘오보카타가 우수한 일본인’이라고 자랑하더니 조작이 밝혀지자 재일한국인 혹은 그 후손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은)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라면 조작을 하겠지만 ‘일본인이 그럴 리 없다’면서 오보카타의 아버지가 일본 무슨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근거를 들기도 한다”며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리고 그런 말 하는 사람들에게 질책하는 사람도 있고...”며 씁쓸한 심경을 들어냈다.

실제로 그가 적시한 사이트들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심경이 수천 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댓글 중에는 종종 여성 비하 발언과 ‘오보카타는 한국인’이라는 의견들이 적잖이 눈에 띄는데 이는 일부 우익세력들의 노골적인 혐한 풍토가 고스란히 배인 듯 보인다.

아이디 ‘xLJY****’는 “오보카타의 아버지가 한국 미쓰비시의 임원 아닌가”라고 꼬집었고, 아이디 ‘zrsk*****’는 “조선인에게 박사 학위를 주면 이렇게 된다는 표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아이디 ‘Z7IXD****’는 “이런 짓을 하는 건 일본인이 아니다. 일본인은 모두 나와 같은 정직한 사람”이라며 “틀림없이 재일(한국인)의 소행”이라고 억측했으며 ‘SwwVuo***’는 “나는 평소에 남조선을 인류의 적이라고 말했지만, 오보카타 역시 인류의 적이었다”며 오보카타가 한국인이라는 억지 주장설을 퍼트리고 있다.

일부 극우네티즌은 여성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이디 ‘wXPsz***’는 “여자에 투자하면 이렇게 된다”고 여성비하 발언을 했고, 아이디 ‘Euk8****’는 “여자는 세상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힐난했다.

아울러 아이디 ‘BcLNt****’는 “진지한 연구자라면 성형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고, 짙은 화장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아이디 ‘p4fC****’는 “일본녀는 한국인 이상의 거짓말쟁이였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아이디 ‘bdPBO***’는 “이렇게 빨리 걸렸다는 게 거짓말 같다. 뭔가 뒤에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했고, 아이디 ‘gXgL****’는 “그런데 날조라는 보도가 너무 빠르다. 이건 뒤에 배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최소 1~ 2년은 전 세계에서 추가 시험을 하고 결과를 이야기 하는 것이 맞는데 아마 메이저급 압력이 있는 것 같다”는 등 일본 네티즌 상당수 이번 사건에 대한 충격만큼이나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며 현실을 부정하고 있어 당분간 일본 내 논란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

비난, 분노 넘어 여성 혐오와 재일한국인 의혹까지

한편, 14일 ‘STAP 세포’라는 이름의 만능세포 개발을 주도한 일본이화학연구소는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TAP세포 논란 관련 중간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그동안 STAP세포는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그는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만능 줄기세포로 알려졌다. 유전자를 주입해야 하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보다 더 쉽게 만들어지면서도 신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자랄 수 있고 암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아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외부 연구자들이 만능세포 논문의 화상 데이터가 ‘부자연스럽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연구에 참여한 교수들이 논문 철회를 제안했고, 결국 이번 연구 성과는 사실상 무효가 됐다.

이화학연구소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STAP세포 연구 논문에 사용된 이미지가 연구를 주도한 연구소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의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주임이 3년 전 박사학위 논문에 넣은 골수 세포 사진과 동일한 걸로 판명돼, 관련 논문을 철회키로 발표했다.

다케이치 마사토시 종합연구센터장은 “논문에서 신뢰성을 크게 해치는 잘못이 발견됨에 따라 즉시 논문을 철회해야 한다”며 “오보카타 주임이 이미지를 중복으로 사용한 것이 고의적인 행위였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학연구소의 가와이 마키 이사도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볼 때 과학자로서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잘못된 자료를 사용하면서도 잘못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은 윤리에 어긋난 것이며,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일본 내 비난 여론의 불길을 계속해서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