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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의 교류협력 본받아야
허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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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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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섭 / 언론인, 칼럼니스트 ]


요즘 중국과 대만 간에는 정상회담 논의가 한창이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대만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얼굴을 맞대고 악수를 나눈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성숙됐다는 뜻이다. 만약 올해 안에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안이 서로 포격을 주고받으며 갈라진 지 65년 만에 중화(中華) 민족사에 새로운 정치적 통합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대만 왕위치(王郁琦) 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이 난징을 방문하여 중국 장즈쥔(張志軍)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가졌던 역사적인 회동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이 짙다. 더구나 두 사람이 각각 양안 정부에서 상호 교류정책을 총괄하는 장관급 책임자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이제는 두 정상이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절차만 남아 있는 단계이다.

일단은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내년 4월 하이난의 보아오포럼이 그 기회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두 지도자가 만나더라도 ‘하나의 중국’이라는 틀을 벗어나서는 곤란하다는 중국의 입장과 회담의 격식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대만의 입장 차이가 작지 않은 것 같다. ‘시마(習馬) 회담’의 개최 여부가 아직 유동적인 이유이다. 정상회담이라는 것이 몇 마디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이에 대한 대만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야당인 민진당은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이 중국의 일방적인 통일정책에 따라가는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오는 11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 돌발변수로 작용하게 되지나 않을까 은근히 우려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동안 줄곧 대만의 독립을 주장해온 민진당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정상회담 논의를 떠나서도 양안의 실질적인 교류협력 움직임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기상정보협정과 지진관측협정이 새로 체결되었다.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대만 해기회(海基會)와 중국 해협회(海協會)의 제10차 회의에서였다. 그동안 양쪽 정부를 대신해 협상창구 역할을 맡았던 것이 바로 민간 차원의 이들 두 기구였다.

이번 협정으로 양안 사이에는 기상이변 및 지진 예측과 관련한 긴밀한 정보교환이 이뤄지게 되었고, 따라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중국과 대만 양쪽 모두 홍수나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잦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협력 방안이라 하겠다. 특히 대륙에서 불어오는 매연과 미세먼지로 고충을 겪어야 하는 대만으로서는 이번 협정 체결로 공해 먼지 예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체결된 2개의 협정은 지난 2008년 마잉지우 총통의 국민당이 집권하면서 내세운 친(親)중국 정책에 의해 맺어진 20번째, 21번째 협정이다. 형식적으로 문서에 도장만 찍는 게 아니라 신뢰의 바탕 위에서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약속하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동안 발효된 19개의 통행·통상 협정 가운데서도 현실 변화에 뒤떨어진 금융, 보건, 범죄, 농산물 검역 등과 관련한 9개 협정은 새로 개정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 상한선이 하루 3,000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내달부터 다시 4,0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 그런 결과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대만을 찾은 중국 관광객도 290만 명에 이르렀다. 이런 정도라면 설사 시진핑 주석과 마잉지우 총통의 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양안 교류는 “해결이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 어려운 문제에 접근한다(先易後難)”는 원칙에 따라 계속 이뤄질 것이라 여겨진다.

양안 당국이 조만간 논의하기로 되어 있는 안건 중에서는 중국의 항공 승객들이 대만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비행기를 바꿔 탈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가 관심 사항이다. 현재 대만 여권 소지자들은 중국 공항에서 다른 지역으로 트랜지트가 가능하지만 중국 여권으로는 대만에서의 트랜지트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대만이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중국 당국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중국과 대만은 비자 대신에 ‘여행 허가서’를 발급하는 방법으로 상대편 국민들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서로 별개의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인 승객들이 대만 공항에서 비행기를 옮겨 타는 과정에서 여권을 제시하게 된다면 대만을 하나의 독립된 나라로 간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 중국의 우려이다.

이런 제약 때문에 해외여행 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중국 여행객들은 한국이나 일본 공항을 경유해야 하므로 불편이 따랐고, 대만 공항이나 항공사들로서는 상대적으로 적잖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중국 승객들의 트랜지트 허용 방안이 거론되면서 대만 관계당국과 언론매체들이 앞으로 자국의 항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리부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 그러한 배경에서이다.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문제점을 고쳐나가려는 사례이기도 하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모두 본받을 만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치르고도 여전히 긴장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북한 사이에 비해서는 교류협력이 훨씬 진전되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시진핑 주석과 마잉지우 총통의 정상회담 추진 움직임은 그 곁가지일 뿐이다. 남북통일이 진정으로 대박이 되려면 분단 상태에서도 꾸준히 대화의 폭을 넓혀나가는 양안 관계도 함께 연구·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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