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코리아 / 최윤주 편집국장 ]

 

▲ 최윤주 편집국장

심폐소생술에서는 ‘황금의 10분’이라는 말이 있다. 호흡이 10분 이상 멈추면 뇌사상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불의의 사고가 생겼을 때 인명을 좌우하는 황금 같은 시간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놀랍게도 기네스북에 오른 ‘숨 오래참기’ 기록은 15분 58초다. 물속에서는 더 길어 무려 21분 29초나 된다. 세계 기록이 이렇다지만 대개의 평범한 사람들은 2분 이상 숨을 참기 어렵다. 2분은커녕 30초만 지나도 얼굴이 빨개지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게 대부분이다.

신체적인 숨 참기와는 달리, 사람들의 심리적인 숨 참기는 경악에 가깝다. 세계기록인 15분이 아니라 5년, 10년, 심지어는 수십 년 동안 숨을 꾹 참고 사는 이들이 허다하다.
어머니 세대에게 당연하게 요구됐던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의 ‘숨 참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슬퍼도 울지 않고, 기뻐도 내색하지 않으며, 즐겁지 않아도 웃어야 하는 삶의 방식이, 서바이벌 같은 현대생활에서는 ‘프로페셔널한 사회인’의 필수요건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꾹 참아야 하는 속앓이는 이민자들의 삶에서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짧은 영어로 견뎌야 하는 일상, 내 나라 내 땅이 아니기에 겪었던 억울함, 부딪히며 견뎌야 하는 낯선 환경 등 평범한 이민자들의 생활은 속 시원히 숨 한번 내뱉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는 ‘조인 숨통’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숨을 참고 있을 때 생겨난다. 밖으로 뿜어져 나오지 못하는 삶의 이면들이 가슴 속에 켜켜이 쌓여갈 때 가슴을 찌르는 이민자들의 거친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갈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숨을 참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지금 숨을 참고 있다는 자각, 조인 숨통에 심리적 숨을 넣어주는 일, 이것은 능력 이전에 생존의 문제다. 숨을 참는 일이 인간의 삶을 성장케 한다면, 숨을 쉬는 일은 삶을 가능하게 만든다.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다. 시작도 끝도 없는 삶의 급물살 속에서 쉬지 않고 무슨 일이든 해야만 ‘살아 있다’는 위안이나마 받을 수 있는 ‘조인 숨통’같은 이민생활, 이제 가쁘게 몰아쉬던 삶에 큰 호흡을 한 번 넣어줄 때가 됐다.

내가 숨을 쉬어야 비로소 존재하는 세상이다. 굳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 쉴 틈도 없이 ‘돌격, 앞으로’를 외칠 필요는 없다. 지금껏 살기 위해 나를 저버렸다면 일상으로부터의 작은 빗나감을 선사하는 것도 약이 될 수 있다.

윤도현 밴드(YB) 공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민생활이라는 가쁜 숨을 쉬던 이들의 ‘막힌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이 날의 공연이 댈러스 한인 이민사회 역사상 최고의 공연, 최상의 에너지가 발산되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윤도현 밴드(YB)의 댈러스 공연은 지금껏 쌓이고 쌓인 가쁜 숨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희열’을 선사할 것이다. 삶에 매몰되어 황폐해져 가는 것도 모르고 힐링이 아닌 킬링 직전의 메마른 땀방울만 연신 흘렸던 이민생활에, YB 공연은 큰 숨을 선사하는 ‘숨통’이 되어줄 것이다.

살아가면서 먹고 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더 중요하다.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매일이 항상 꿈결처럼 환상적일 수는 없지만, 때로는 잠깐의 일상탈출로 아주 다른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힌 삶에 숨통을 트이는 일이다. 3월 7일(금) 마제스틱 극장에서 함께 노래하며 소리쳐보자. 침묵이 인간의 내면을 위대하게 한다면 막힌 숨을 틔어 크게 소리치기는 심장을 뜨겁게 만든다.
윤도현 밴드 공연은 잠잠했던 댈러스 한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숨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