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9.25 금 18:23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칼럼
대중문화의 활력에서 국력을 본다
정달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2.2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정달호 / 전 주이집트 대사, 유엔국제훈련센터 소장 ]

 

   
▲ 정달호 전 주이집트 대사

오랜 해외생활에서 귀국하면 그간 국내에 있었던 많은 변화에 놀라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대중문화의 변천된 모습이다. 방송을 통해 본 대중문화가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다이나믹하게 발전한 것을 알 수 있다. 전에는 각종 쇼나 노래자랑이 대중 엔터테인먼트의 주를 이루었는데 요즘에는 오디션이 그 중심일 정도로 방송사들이 여러 형태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일반 쇼 무대도 전에 비해 스케일이 커지고 화려해졌을 뿐 아니라 내용도 더 박진하고 재미있다. 유일하게 옛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 KBS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해외에서 드라마 한류에 이어 소위 K팝 한류가 이끄는 열기가 대단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방송사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벌어지는 예선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젊은이들 중에 적지 않은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참가자들의 K팝에 대한 열정과 사연들을 듣기도 하고 이들이 오디션 단계별로 서로 경쟁하면서 치열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미래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젊은이들이 경쟁하면서도 서로 협조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눈물겹기도 하다. 우리 사회에 각박한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정겨운 장면도 많다는 것에 적지 아니 위안을 받는다.

기성 가수들의 노래 경연에서는 옛 노래가 시대에 맞게 편곡을 통해 새롭게 살아남으로써 ‘전설’이 된 지난날의 가수와 요즘의 젊은 가수들 사이에 세대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어 좋다. 이러한 소통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세대 간 간격이 좁아짐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대중문화를 통해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된다. 요즘 인기가 치솟고 있는 모창(模唱) 능력자들의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개인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대학생, 회사원, 기능공 등 직업을 불문하고 각 분야에서 나와 서로 재능을 다투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화기애애하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직업의 귀천을 가리던 시절이 언제 있었던가 싶을 정도이다.

한편 30년이 훨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전국노래자랑은 이런 프로그램을 다른 나라에서도 흉내 낼 수 있겠나 싶을 만큼 특별하다. 그 연수(年數)만큼 한 사람이 계속해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보는 예도 드물겠지만 매주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활기찬 노래자랑의 마당을 만드는 게 예사로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시청자들은 이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의 온갖 산골과 해안의 크고 작은 도시나 마을의 특색과 특산물, 그리고 그 지방 사람들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 이런 방송이 없다면 우리 국민들이 서로 다른 지방에 대해 그리 친숙해질 수 없을 것이란 점에서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지역 통합에도 얼마큼 기여한다고 하겠다.

좀 비약이 될지 모르지만 이런 우리 대중 예술의 활력에서 우리의 국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해외 각지에서 우리 드라마와 우리 노래를 좋아해서 이를 직접 우리말로 즐기기 위해 한글을 배운다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또 대중문화의 매력 때문에 우리 방송이 해외에서도 많이 청취되고 있다. 세계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리랑 TV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으며 아리랑 라디오에서는 외국의 젊은이들이 실시간으로 우리 진행자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우리 노래를 듣고 우리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이렇게 전파를 타거나 또는 현지 이벤트를 통해 세계 각지에 퍼지고 있는 현상은 또 다른 우리의 국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력을 잣대로 해서 G7, G8, G20 등 국력을 나타내는 말들이 있고 근자에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해 미국, 중국을 아우르는 G2란 말이 유행이 되고 있지만 대중문화의 파급력을 잣대로 하면 모르긴 해도 미국을 제외한 다음 그룹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히 상위에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 엔터테인먼트 강국으로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G2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게 보면 기존의 G2와 구별해서 연예, 즉 엔터테인먼트라는 뜻에서 이를 G2(E)로, 또는 문화 전반을 아우르면 G2(C)로도 쓸 수도 있겠다는 흐뭇한 상상을 해본다.

사실 문화융성이 우리 국가 정책목표이기도 하듯이 우리의 문화 경쟁력은 비단 드라마, 가요, 영화,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만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우리 음악가들의 재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인구 당 오케스트라의 수를 비교하더라도 전통적인 음악 강국들에 비해 그리 떨어지지 않을 만큼 전국적으로 클래식 음악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화의 다른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능과 작품이 점점 더 활발하게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경제, 기술, 스포츠 강국에 이어 문화 강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유컬럼그룹)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