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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올림픽의 일본 국가(國歌)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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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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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춘 / 전 외신기자클럽회장 ]


소치 동계 올림픽의 남자 피겨스케이팅 개인전에서 일본 선수가 금메달을 따, 시상식에서 일본국가가 연주되었다. 일본 방송에서 시상식을 보며 일본국가 연주가 시작되자, 저는 온몸에 소름이 끼쳐 급히 채널을 돌렸다.

88 서울 올림픽 때, 분명히 일본국가 ‘기미가요(君が代)’를 몇 번 들었는데 이런 경험은 없었다. 도쿄(東京) 번화가에서 극우(極右) 혐한(嫌韓)시위대가 휘두르는 옛 일본군의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볼 때처럼 전신에 야릇한 전율(戰慄)이 흘렀다.

이 ‘기미가요’는 전전의 일제강압 식민지 시대에 지긋지긋하게 부르고 들었던 바로 그 군국주의 일본의 국가였다. 매일의 라디오 방송은 물론이고, 모든 관청이나 학교 등 공공단체의 조회와 행사에는 이 ‘기미가요’가 빠지지 않았다.

1868년 일본이 명치유신으로 개국하여 국가(國歌)의 필요성이 생기자 1880년에 제정한 것이 지금의 ‘기미가요’이다. 가사는 10세기 때 발간된 일본 ‘와카(和歌)’책에서 채택하고, 곡은 외국 음악가의 도움으로 일본 전통 아악(雅樂) 전문가가 만든 곡에서 현재의 서양음악으로 편곡했다.

가사 테마가 천황제의 영원한 계속이었기 때문에 1945년의 일본 패전으로 시작된 연합국 점령통치 때 금지되었다가, 1947년 일본의 새 헌법이 제정되자 부활되었다. 얼마 후 법률로 정식 국가(國歌)로 지정되었다.

일본 전통 정형시 ‘와카’로 된 작자미상(作者未詳)의 짧은 가사는 ‘임금님 나라는 천년만년 이어져, 작은 돌이 큰 바위가 되어 이끼로 덥일 때까지.’라는 뜻이다. 전후, 이 가사 내용이 전제군주(專制君主) 찬양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일본 정부는 ‘임금님 나라’를 ‘임금과 국민이 함께 이루는 나라’로 해석하고, 학교 등의 행사와 대외 의식에 사용하도록 조례(條例)를 만들어 국가 시비(是非)를 일단락 시켰다.

그러나, 한때 막강한 정치 세력이던 좌익 경향의 일본교직원조합이 중심이 되어 학교 행사에서의 ‘기미가요’ 제창을 반대해 왔으며, 현재에도 국가 제창 시 기립을 하지 않는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 제정을 반대하는 소송이 몇 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고재판소에서 모두 합헌이란 행정부 승소로 끝났다. 일교조(日敎組)의 쇠퇴와 더불어 반대운동도 많이 수그러졌다.

지금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우경화 정책의 선봉에 서 있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이 ‘기미가요’가 부활한 다음 해인 1948년의 한 사설에서, 전시 중 이 국가는 국민이 ‘불렀다기보다 오히려 부르게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국가주의(國家主義) 냄새가 난다고 국가(國歌)로의 부활을 반대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역사의 한 토막이다.

아베에 동조하는 포퓰리스트 하시모토 토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은 교직 공무원의 ‘기미가요’ 기립 제창을 의무화한 시조례(市條例)를 만들어 반대자를 징계하여 소송을 당했으나 승소했다. 그의 오사카는 ‘기미가요’ 조항을 공무원 근무수칙에 포함시킨 유일한 일본 지방자치단체이다.

일본 천황은 2004년에 있었던 궁성 원유회(園遊會)에서 ‘기미가요’가 ‘강제적으로’ 불리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였다고 보도되었으며, 하시모토와 정치적 야합을 계속 중인 국수주의자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의원은 일장기 국기(國旗)는 좋으나 ‘기미가요’는 ‘멸사봉공(滅私奉公)’ 냄새가 나 싫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도되었다.

국영 방송 NHK는 방송 종료 시에 녹음된 ‘기미가요’ 곡을 내보내다가, NHK의 많은 채널이 24시간 체제로 바뀐 지금은 일부 라디오와 교육방송 종료 시각에만 녹음된 곡을 흘리고 있다.

한편,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욱일승천기’와 현 자위대가 사용하고 있는 깃발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옛 군기에는 중심의 태양에서 뻗어나는 붉은 줄이 16개인 데 반해, 현 자위대 것은 수가 반으로 줄어 여덟 줄로 되어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일본 극우 데모대원이 사용하는 깃발은 옛날 군기와 동일한 것이 많으며, 특히 야스쿠니신사 앞에서의 시위에서는 반드시 옛날 군기를 사용하고 있다.

아베 정권이 ‘강한 옛날 일본’으로 복귀하려는 우경화 정책의 상징으로 ‘기미가요’와 ‘욱일승천기’를 앞세우고 있는 현실을, 일본 주변 국가나 동맹국 미국이 경계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는 것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 같은 양심 있는 일본인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양심 있는 일본인이 무라야마 전 총리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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