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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정치력 과시한 '동해 병기법'
LA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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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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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중앙일보 /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

 

   
▲ 김창준 전 미연방하원의원

버지니아주가 승인하는 모든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East Sea)와 일본해(Sea of Japan) 병기를 의무화하는 법안은 지난 2012년에도 주 상원에 상정됐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한인들의 역량은 크게 부족했고, 결국 법안은 부결됐다. 그런데 2014년은 달랐다. 한인들은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아베 총리의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폄하 발언 등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강하게 결집했다. 버지니아 주의회에서 동해 병기 법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것은 그런 결집력의 결과였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로비 활동에도 굴하지 않고 한인들끼리 돈을 모아 버지니아 남쪽 끝에 있는 주의사당을 수 십 번씩 전세버스로 오가면서 보여준 탄탄한 조직력과 단결력은 미국 내 한인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미국에서 제일 로비를 잘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역시 유대인이다. 반대로 대한민국은 아마도 로비 활동을 가장 잘 못하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연방의사당 바로 앞 대형 빌딩에 유대인 정치행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가 자리잡고 있다. PAC란 조직은 한 마디로 어떤 특정 후보를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PAC는 연방정부에 등록해야 하고, 한 사람이 PAC에 선거당 5000달러까지 기부하는 게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그 돈을 모아 누구에게 선거자금으로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무실이 바로 연방의사당 코 앞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연방하원 의원이던 시절, 하루는 일리노이주 출신 동료의원이 그 곳에 가서 재정적 도움을 청해보라는 제안을 했다. 큰 맘 먹고 자존심을 다 접어두고 그 곳으로 찾아 가면서 우리도 한인 후보들을 도와주는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한 기억이 난다.

미국 공화당은 흑인을 노예로부터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이 창당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흑인들은 대부분 백인 정당으로 바뀐 공화당을 떠나 민주당에 가입했고, 미국내 유대인들과 일본계도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그러니 아시아계에 공화당원인 내가 그 곳을 찾아간 것은 역시 어리석었다. 한 푼도 기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었다.

내가 연방하원 의원이던 1990년 초만 해도 한인들의 정치력은 전무했다. 게다가 인종차별이 심했는데, 당시 나는 백인 지역구에서 온갖 서러움을 당하며 힘든 선거운동을 했다. 미국시민이어야 투표권이 있는데, 시민권을 가진 한인이 많지 않았고, 투표도 잘 하지 않았으며 정치모금에도 그다지 신경들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한인 1세는 물론이고, 1.5세, 2세들도 정치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등 활동이 두드러진다. 나도 그때 이들이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든든했을까 생각을 하니 서글퍼진다.

내가 현역 시절 한·미 두 나라 간 친목과 교류를 위해 만든 '한미의원협회'가 요즘 활발히 움직이는 걸 보니 뿌듯하다. 난 조국이 힘이 없었을 때 연방의원을 지내면서 서러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국력이 강해지니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낀다. 또 우리 한인들이 미국 정치인들과의 친분도 두텁기 때문에 이젠 우리도 정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버지니아주에서의 이번 승리는 우리 한인 동포들이 미국에서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정치력을 펼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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