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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공소시효를 기다리는 범죄자인가
호주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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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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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한국일보 / 사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황금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생존자는 55명으로 줄어들었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의 평균 연령이 88세로 고령인데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분들이 많아 앞으로 10년 정도 세월이 흐르면 단 한 분도 세상에 없을지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해자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피해자 할머니들은 ‘천추(千秋)의 한(恨)’을 남긴 채 사라지게 생겼다.

역(逆)으로 일본에는 반성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세상을 뜨면 일본은 직접 사죄할 대상을 잃게 된다. 아무쪼록 일본의 양심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진심 어린 사과에 나서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일본 NHK의 모미이 가쓰토 신임 회장은 “군 위안부는 어디에나 있었다”라는 망언으로 일본 내에서도 지탄을 받고 있다. 적어도 20세기 이후 현대에 이르러 국가가 직접 위안부를 동원한 반윤리적·몰도덕적인 나라가 어디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일본 내에서는 몇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사망하고 나면 종군위안부 동원 문제도 자연스레 세상의 관심사에서 사라진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공시시효 만료’를 기다리는 범죄자 꼴이다. 일본은 정녕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반인륜적 만행을 저지르고도 세월이 가기만 기다리는 무책임한 나라가 될 것인가. 일본이 간과해서 안 될 사실은 생전에 풀지 못한 한은 오래간다는 사실이다. 28일 열렸던 황금자 할머니의 영결식에서도 직접 관계없는 시민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떠나가는 혼(魂)을 달랬다. 원한도 대를 이어 기억될 것이다.

작금의 한일관계는 꼬여만 간다. 세계 각국의 질타를 받으면서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교과서에 명시하고 유력 인사들이 망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양국관계는 이른 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렵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겸허한 자세는 과거사 반성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에도 계기가 될 수 있다. 선택은 일본의 몫이지만 중요한 사실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독일의 계속된 공식 사과와 크게 비교되는 일본의 실망스런 태도는 국제 사회에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차제에 작년 새 정부가 들어선 호주에서 위안부 이슈를 미국 의회처럼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국제 사회의 압력 수단으로 만드는 일이 정녕 불가능한지를 놓고 동포사회에서도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최근 아베 총리의 계속된 망언을 비롯 신패권주의 부활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주시하면서 호주에서도 무언가 이런 망동을 제지시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점차 형성되고 있다. 이번 주(29일) 한국과 중국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에서 모임을 가진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지나치지 말고 효율적이며 지속적인 켐페인을 벌일 수 있도록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 향후 켐페인은 한국계 차세대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 2세들이 한국 근대사 역사를 제대로 알게하고 동포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영어 소통에 문제가 없는 이들로 하여금 호주 실정에 맞는 설득력 있는 대응 논리를 개발하도록 가이드를 하는 것은 1세대의 몫일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신념이기 때문에 바뀌기 어렵다. 일본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전세계가 우리의 입장에 공감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이 29일 ‘과거의 악행’이라는 노골적인 표현을 써 가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잘못을 강력 비판했다. 외교 수장인 윤 장관이 이처럼 상대국을 향해 작심발언을 내뱉은 것은 매우 드문 일로 당분간 고위급에서의 외교적 단절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 정부가 중ㆍ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등 끊임없이 과거사 왜곡에 열을 올리며 주변국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대화보다는 일본의 태도 변화가 먼저라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앞으로 해외 한국 공관의 미온적인 자세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과거 시드니 시티의 일본 총영사관에 항의서를 전달했을 때 동포들에게 조용히 있어달라는 간접적 압박이 있었다는 뒷말이 들렸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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