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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등골 빼어 아이를 망치다니
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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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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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리 / 캐나다 교포, 패션디자이너 겸 사진작가 ]


10여 년 전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인이 경영하는 세탁소가 있었습니다.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부였는데 자주 세탁물을 맡기다보니 주인 부부와 친밀해지게 되었습니다. 전혀 경험이 없는 부부가 세탁소를 하느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웠고, 남편이 폐결핵에 걸렸던 일이 있어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독한 화학물질과 탁한 공기를 어떻게 견디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중 3인 딸 등 가족 모두를 가끔 불러 내 집에서 저녁을 먹거나 국과 반찬 등을 만들어주어 가져가게 하기도 했습니다.

딸이 고등학생이 됐을 때 이 세탁소 여주인이 외동딸에게 지나친 사치와 허영을 심어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딸에게 사준 물건을 내게 자꾸 자랑하였기 때문입니다. 이곳 중류층은 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캐나다에서 오직 하나뿐인 상류 백화점 홀트(HOLT)에 데리고 가 수백 달러짜리 옷을 사주거나 서민들은 상상도 못하는 3,000달러짜리 소파를 50년이나 된 낡은 집, 그것도 딸이 쓰는 작은 지하방에 들여놓은 것 등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 딸이 이곳 명문대에 들어갔을 때 입학 선물로 사준 자동차는 커다란 6인승 SUV여서 나를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딸이 운전경험도 짧은데 6인승 차량은 기름 값이 많이 들고 운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얼마 있다가 교통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몸이 왜소하고 항상 건강해 보이지 않는 그 아버지는 구두쇠에 가까울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어머니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이 어머니는 언제나 남편과 싸워서 딸의 허영을 부추기고 분수에 맞지 않는 것들로 키가 아주 작은 딸을 포장하려 했으니까요. 이 포장은 하루 종일 환경이 나쁜 세탁소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일이란 걸 그 딸이 알고나 있었는지.

요즘 한국에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등장해 여기저기 인터넷과 신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패션 용어 윈드브레이커(Wind breaker)에서 따온 은어인 것 같습니다. 윈드브레이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입는 운동용 등산용 여행용이나 겨울용 패딩 점퍼입니다. 봄가을에 걸치는 가벼운 점퍼로 후드가 달리고 목 밑까지 지퍼로 여닫으며 손목과 허리가 꽉 끼어 바람이 새어들지 않게 하는 보온용 옷이 윈드브레이커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왜 윈드브레이커의 생산국인 캐나다나 유럽에도 없는 이상한 말이 한국에서만 유행어로 난무하는지요.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옷이라며 빈정거리는 ‘캐몽’은 또 어떤 옷일까요?

‘캐나다 구스(Canada Goose)’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거위털 파카입니다. 한 벌에 60만~100만원이어서 가장이 연봉 1억 원인 집안의 아이들도 상품명을 잘 모르며 입을 꿈도 꾸지 못하는 옷입니다. 또 ‘몽클레르(Moncler)’는 원래 프랑스 브랜드로 알파인 마을의 이름에서 비롯된, 보온성보다는 패션성이 강한 의상입니다. 현재는 이탈리아 회사가 업체를 인수해 밀라노에서 생산하고 있는 아름답고 품질이 뛰어난 상품입니다. 캐나다의 최상급 백화점에서나 팔리는 짧은 점퍼는 한 벌에 80만~100만원이며 긴 코트는 150만원을 상회합니다. 아무나, 특히 고등학생이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닙니다. 몽클레르 브랜드를 아는 사람은 패션계 종사자나 관심이 있거나 재력이 넉넉한 사람뿐입니다.

실용성 있는 옷을 입어야 할 학생들에게 ‘캐몽’은 실용적이지 않은 옷입니다. 너무 비싸서만이 아닙니다. 캐나다 구스는 방한효과는 확실하지만 내가 입어보아도 옷이 너무 무거워 활동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겉감이 튼튼하고 거위 털과 오리털이 듬뿍 들어가 보온이 확실한 대신 무거워 걸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건장하고 체격 좋은 캐나다인들 서구인들에게 좋은 상품이지만 내게는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100만원이 넘는 제품만 거위털이지 대부분 오리털과 섞여 있습니다. 오리털도 따뜻합니다. 굳이 거위 털을 넣은 비싼 옷을 선호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몽클레르는 보온 성능이 뛰어나긴 하지만 패딩이 얇아 혹한 기후엔 부적합하고 실외생활을 많이 하지 않는, 주차도 대리주차, 발레 파킹을 하는 사람들, 고급 승용차로 곱게 오가는 부유층이나 입을 옷입니다. 추운 바깥에서 돌아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옷이지요. 도보나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학생들이 몽클레르를 입고 영하 15~20도 거리를 다니면 병이 나지 않을까요? 실용적이면서 따뜻하고 값싼 비슷한 스타일의 제품들이 많습니다.

캐나다 학생들은 200달러(20만원)짜리 옷을 사 입으려는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100달러(10만원)라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100달러짜리 선물을 한다거나 의류에 지출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800~1,000달러짜리 옷을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등교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학생들이 이런 거금의 옷을 입는 것은 패션을 모르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곳 학생들은 단 100~200달러짜리 옷이라도 세일 때를 기다리다가 분수에 맞는 옷을 사 입습니다. 그러니 “캐몽‘이 무언지도 모릅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13년 11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캐나다 구스를 96만 원 가량에 판매하는 행사를 하자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백화점보다 30% 싼 가격이 96만 원이라는 게 의아했습니다. 이곳에서 팔리는 고급 캐나다 구스의 가격대가 60만~80만 원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사로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허영심을 부추기는 기업의 선동도 문제인데 이보다 더한 것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교포들에게 '캐나다 구스'를 세일할 때 사서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염치를 모르는 한국 엄마들의 한심한 모습입니다. 자신의 사치와 자식의 허영 만족을 위해 민폐를 서슴지 않는 엄마들의 모성애는 잘못된 것입니다.

어느 시대나 패션에도 유행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유행에 대한 집착과, 남이 가진 것은 나도 가져야 한다는 욕망은 도가 지나칩니다. 특히 타인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보는, 청소년들의 주체의식 결여는 어른들 탓입니다.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이 가진 걸 못 가지면 자신감이 없고 자부심을 잃는 것 같은 심리적 요인은 어른들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자녀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자존심 없는 부모, 품격 없고 천박한 유행에 휩쓸려가는 청소년들에게는 반드시 그런 부모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녀에게 허영의 극치를 심어주어 독이 된다는 것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어머니들과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향후 20년, 미래의 대한민국이 걱정스럽습니다.


(출처 :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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