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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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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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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한국일보 / 최상석 성공회 주임사제 ]


겨울나무를 볼 때마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생각한다. 나무는 봄에는 신록과 꽃으로, 여름에는 무성한 잎과 그늘로, 가을에는 열매와 단풍으로, 겨울에는 텅 빈가지로 철 따라 기쁨과 고마움과 지혜를 깨우쳐 준다. 나무야 말로 사시사철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또 주는 존재다.

나무를 통하여 ‘자연스러운 내어줌’ 곧 ‘순수한 베풂’의 진정성과 아름다움을 본다. 크게 보면 나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자체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부나 권력이나 명성을 가진 계층은 그 신분에 맞는 도덕적 정신적 책임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볍게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특권계층의 솔선수범’ 혹은 ‘혜택 받은 자들의 도덕적 책임’ 정도로 받아들여도 될 법하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 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가 뿌리 내렸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물론 한국에도 일찍이 조선 중기에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는지 보살피며 12대 300년을 산 경주 최부자 가문처럼 훌륭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사회적 전통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요즘 일부 사회의 명망가들은 특권을 이용해 편법과 불법을 일삼아 사회적 존경이 아니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어 민망하다.

미주에서 한인으로 사는 것 자체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할 특별한 계층에 있는 것인가? 미주 한인사회는 분명히 특별한 위치에 있으며, 도덕적 정신적 책임이 있는 특별한 계층이다. 현재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볼 때 더더욱 그러하다.

비록 미국에 올 때 거창하게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며 오지 않았을 지라도, 자신이나 자녀의 ‘아메리칸 드림’을 위하여 도미했을 지라도 혹은 그 외 어떤 동기로 왔을지라도 미주 한인으로 산다면 조국을 위하여 베풀어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다.

조국과 관련하여 본다면 미주 한인사회는 분명 ‘특별한 위치’에 있다. 지리적으로 남북한을 벗어나 미국에 있으며, 정치적으로 남북한의 체제로부터 자유롭다. 남북한을 비교적 객관적 위치에서 볼 수 있으며, 남북한 관련 정보 접촉도 비교적 용이하다.

미주 한인사회의 규모 또한 한국의 재외 동포사회 가운데 가장 커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별한 위치나 계층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행복한 삶의 추구를 넘어 그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 혹은 그 사회가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하여 나아가고자 할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해야 한다.

올해로 한국은 정전협정을 맺은 지 60년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전쟁 상태의 유지이다. 아직도 대결적 상태의 지속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안보에 밀려 인권과 인명 안전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북한의 인권과 대다수 주민들의 의식주 상태는 심히 우려스럽다. 이산가족의 소재 확인이나 자유로운 서신교환과 방문 등 이념을 떠나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조차 제대로 충족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서로 과도한 국방비 지출로 다른 경쟁 국가들에 비하여 점차 교육이나 사회 복지, 경제 발전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미주 한인사회는 하와이 등 각처에서 조국의 독립에 기여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어려운 가운데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 독립운동가로 나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전통이 있다.

분단 60년을 넘기며, 미주 한인으로서 해야 할 시대적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엄청난 희생이 따르는 붕괴 전략보다는 평화적 해결의 길을 통하여 남북한이 겪고 있는 전쟁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상호 신뢰 회복을 통하여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조국과 동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남북한이 분단을 극복하고 인류의 발전과 평화 증진에 함께 기여할 수 있도록 마음과 뜻을 모으고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오늘 이 시대 모든 미주 한인들의 시대적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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