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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從北)에 갇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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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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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코리아 / 최윤주 편집국장 ]

 

   
▲ 최윤주 편집국장

인간세상의 군상들을 절묘하게 서술한 것이 소설 ‘삼국지’가 아닐까. 어진 덕성의 유비, 의리의 관우, 천하의 용장 장비, 작전의 귀재 제갈량, 뛰어난 전략가 조조 등 기라성 같은 역사의 실제 인물들은 이 책 안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러나 세상사가 흑과 백으로 양분된 것만은 아니듯이 장점만으로는 살아지지 않는다. 세상일과 얽히고설키면 아무리 최고의 가치라도 다른 결과를 낳는다. 가령 유비는 어진 성품 탓에 오히려 어리석은 판단을 했고, 관우는 의리 때문에 편협한 생각을 하게 되며, 장비의 겁 없는 용기는 난폭함이 되어 그를 비명횡사케 했다.

삼국지의 저자는 단순하지 않은 삶의 양상들을 행간의 의미 속에 삽입하여 독자로 하여금 가치의 이면들을 읽어 내도록 한다. 삼국지가 달리 명품 고전이 아닌 이유다.
인간사 모든 가치는 단세포적인 개념이 아니다. 하나의 시각으로만 보고 하나의 개념으로만 단정해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도 살아지지도 않는다. 때문에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는 사고만큼 어리석고 무모하며 위험한 일은 없다.

교조적인 흑백사고가 지배하게 되면 다양한 가치는 숨을 거두고 만다. 여기에 대중이 현혹되기 쉬운 선악의 개념까지 대입된다면 세상은 배타적인 독선만이 요란을 떨게 된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가 그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국민통합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기본토양”이라고 강조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박대통령이 주장한 ‘통합’과는 정반대의 행로를 걷고 있다.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는 감금당하고 있고, 다양한 이념의 공존은 틀에 갇혔으며, 권력층과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은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결하도록 만드는 키워드는 ‘종북’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종북 프레임이 되살아 날 수 있었던 건 남북분단이라는 한반도 특유의 지정학적 운명 탓이 크다. 게다가 올해 초 핵실험을 거듭하며 남북관계를 긴장시켰던 북한의 도발은 북한이라는 존재가 ‘동족’이기 이전에 ‘대치하고 있는 적’임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 등 일부 좌파세력들의 이해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도 종북논리에 힘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의 불안감과 매카시즘이 팽배했던 자유당 시절도 아니고, 2013년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서 독재시대의 유물인 ‘반공’이 국시로 부활되고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이 ‘종북’으로 매도되는 지금의 현실은 납득하기 힘들다.

더욱 암담한 것은 한반도의 특성상 전쟁 불안감과 색깔논쟁이 권력을 쥔 자들에게 천군만마나 다름없다는 사실이다. 과거 독재정권이 반대파를 제거하고 부실한 독재 권력을 합리화시키는 수단으로 반공논리를 이용했듯이, 종북 프레임에 갇힌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한동안 분열과 대결의 혼돈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홍익인간.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환웅이 인간 세상에 내려와 시조 단군을 낳은 후 고조선을 열면서 삼은 건국이념이다. 또한 광복 이후 대한민국 건국의 근본이념과 교육이념으로 삼아, 지금까지 대한민국 민족정신의 핵심이 되고 있는 단어하다.

종북프레임은 대한민국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에 절대적으로 반(反)하는 개념이다.
종북프레임이 작동되는 한 획일화된 흑백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권에 찬동하지 않는 모든 이에게 ‘종북’ 낙인을 찍는 독선 자체가,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기는커녕 다양한 사고와 자유로운 표현과 공존의 세상 자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원전 10세기경 고대국가에서 주창됐던 개념에도 못 미치는 세상, 종북논리에 갇힌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암담하다 못해 참담한 우리 조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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