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일보 / <사설> ]


도쿄의 주일 한국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1950년대 한국 정부가 작성한 각종 문서가 대량 발견됐다. 이문서 중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를 비롯하여 3·1운동 관련 희생자,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피해자 등의 명단이 들어있다. 이 문서가 발견된후 정부는 전국의 읍면동사무소 등에 이러한 문서가 보관되어 있는지에 대해 일제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도쿄 주일 대사관에서 발견된 문서는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의 항쟁과 수난사를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문서는 1950년대 초반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에 사용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대일 협상의 증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전국의 읍면동 별로 조사를 지시하여 내무부가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창간 67주년이 된 충청일보 자료실에서 1945년 11월 15일에 발간된 '자유한인보 3호'와 '일제 강제 징병자' 3000여명의 명단이 실린 명부가 발견됐다. 특히 강제 징병자 명단에는 위안부로 의심되는 여인들의 명단도 함께 발견돼 위안부를 연구하는데도 귀중한 자료가 될것으로 보인다. 명단에는 金福順, 李貞淑, 郭貞玉, 朴仁順 등의 여성 이름이 수십명 발견됐으며 이같은 이름은 남성이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군과 함께 전투 지역에서 포로로 잡힌 위안부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들이 강제 동원된 위안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대단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독립기념관 김도형 연구원은 밝혔다.
　
자유한인보 3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유일한 자료로 확인됐다. 자유한인보는 하와이 포로 수용소에서 우리나라 포로들이 모여 만든 신문으로 지금까지 마지막호인 7호는 발견됐지만 이보다 앞선 3호가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독립기념관 김도형 연구원은 "자유한인보 3호의 발견은 당시 포로 수용소의 생활상을 연구하고 이들이 반일·항일 운동을 어떻게 전개했는지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라고 말하고 "7호와는 다른 형태의 신문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높다"고 말했다.
　
자유한인보 제3호는 육군대좌 하월용해의 권두언에 이어 '미국은 소련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시론이 실려 있으며 세계뉴스, 운동, 수상, 젊은이에게 보내는 시(詩) 등이 게재돼 신문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한 흔적이 있다. 그러나 인쇄가 아닌 필사인데다 많은 양의 기사와 글을 실을 수가 없어 절제된 문장이 특징이다. 당시 우리나라에 신문이 많지 않았던 점을 비춰본다면 자유한인보는 근대 신문사를 연구하는데도 중요한 자료가 될것이다.
　
포로를 대표하는 하월용해 대좌는 권두언에서 "사람이 보고 들을때는 여러가지 고통이 있으나 그 반면에 즐거움을 준다. 이 주보는 여러분의 머릿속에 장래 생활의 커다른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보내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자유한인보는 주간으로 발간된 것으로 보이며 장래의 희망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신문을 발행한다고 써 자유한인보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창간 67주년이 되는 충청일보 자료실에서 이같은 자료가 발견되므로 전국의 읍면동에서도 당시에 제작된 자료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전국의 읍면동에서 더 많은 자료가 발견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