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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가여운 나라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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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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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  / 정기용 자유광장 상임대표 ]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면 지독한 탁류의 소용돌이 속에 나라가 유지되는 게 신통하다 싶을 정도다. 정치판을 비롯 모든 분야가 어쩌면 이렇게 말썽이 많고 싸움이 끝없단 말인가. 양보 포용 관용 화합 격려 단결 전진 같은 미덕은 냄새조차 없이 그저 눈만 뜨면 너 죽고 나 살자는 살벌 게임의 연속이다.

나라 전체가 이전투구의 장이다. 이런 판국을 대하는 청와대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국정원, 군부 등이 관권개입이라는 엄청난 선거부정을 저질렀으면 대통령이 나서서 범법사실 규명에 앞장서야지 “나는 지시한 일도 없고 덕 본 일도 없다”며 뒷걸음질 치다니 절망감이 앞선다. 위헌적 요소까지 포함된 사건에 나 몰라라? 끝까지 이런 태도라면 분명 대통령의 직무유기다.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여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뭘 하며 임기 채우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당선자가 덕을 보고 안 보고가 문제가 아니다. 신성한 국민투표에 부정 독소가 섞였다면 당연히 정부가 걸러내고 가려내서 ‘정의’를 빛내야 한다. “선거가 끝났으니 입 다물어라” “지나간 일 부정 좀 있더라도 덮고 가자” 식이라면 이게 어거지이지 무슨 민주주의인가.

댓글 사건 규명도 끝나지 않았는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승복, 불복하며 싸우는 것도 어이없다. 대선 승복이냐 불복이냐는 국민 몫이지 어찌 여야 맘대로 하려 하는가.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선거가 더럽혀졌으면 닦아내고 바로 세워야 한다. 철저한 규명이 먼저다.

얼마 전 한 인사는 “간첩 날뛰는 사회보다 유신시절이 좋았다”는 말을 했다. 소매치기 날뛰는 사회보다 몽둥이 휘두르는 세상이 더 좋다는 넋두리다. 아직도 유신 독극물을 단물로 알며 빨고 있는 황당한 사람들이 그야말로 날뛰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유신치하에서 밟히고 빼앗기고 맞고 죽고 희생당한 사람들은 안중에 없다는 얘기다.

어디 그뿐인가. 건국 70년이 다 되어 가는데 후대들 키워내는 교과서 하나 제대로 책정해 놓지 못하고 있다. 어설픈 이념대립으로 문교부와 전교조가 끝없이 다투고 있다. 전교조는 제도권에서 나가라는 ‘법외 노조’를 통고받아 앞으로 싸움이 더 커질 기세다. 이런 와중에서 나오는 교과서를 가지고 우리 후대들이 배우며 클 텐데 나라 장래가 암울한 전망뿐이다.

경제계를 봐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이 빵집, 두부집, 과자가게 등 골목 상권마저 장악하고 있다. 금융사건 터질 때마다 소액 투자자들만 피를 본다. 저들은 이런 저런 수단으로 돈 다 빼돌리고 운영 안 되면 나 몰라라 벌렁 누워버린다. 소액 투자자들은 그 피눈물 어린 돈 어디 가서 찾아오나.

소액 투자자들이 누군가 서민들 아닌가. 동양그룹에서만 4만7천여 주식 매입자들이 울고 있다. 부산 저축은행에 돈 떼인 사람들이 아직도 울부짖고 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은 한국음식 전파한다며 프랑스 파리에서 한 끼 474만 원짜리 리셉션을 열고 국내에서는 270만 원짜리 점심 파티도 했다는 보도다. 이렇게 탕진한 국고 지원금이 1,400억이다. 원전 비리 사건만 보더라도 100 여명이 줄줄이 걸려들어 판결 대기 중이다.

후대에 역사가들이 오늘의 세대를 표현한다면 “떼도적들이 우글거리던 부패 극치 시대였다”고 쓸 것이다. 절박한 민생을 놔두고 정치판에선 눈만 뜨면 싸움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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