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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의 함정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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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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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춘 / 전 외신기자클럽회장 ]


   
 ▲ 황경춘 / 전 외신기자클럽회장
앞으로 3년 동안은 절대 안정의 정치기반을 구축한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그 여세로 국외에서의 외교활동에 힘을 기울였다. 9월의 UN총회 일반 연설뿐 아니라, 미국 보수 단체에서의 연설과 유력 신문 기고문 등으로 새로운 일본의 갈 길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UN연설에서 역사인식이나 전시위안부 문제에는 아무런 언급 없이, 세계 여성인권 보호와 창달을 논한 데 이어, 미국 보수계 ‘허드슨 연구소’에서는 중국의 무력증강에 대처하는 자신을 “우익ㆍ군국주의자라 불러도 좋다.”고 큰소리쳤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IOC총회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완전 통제(under control) 상태라고 연설하여, 2020 하계 올림픽을 동경에 유치하는 데 성공하여 의기양양하게 귀국했다. 귀국 후 바로 찾은 후쿠시마 현장에서 기술자는 오염수 누출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정반대 발언을 했다. 한 여론조사는 일본인의 82%가 원자력 오염수에 관한 아베 발언에 위화감을 느낀다고 했다.

군사력 증강을 위한 일본의 집단방위 구상에 미국의 동의를 얻은 아베 정권은, 가을 임시 국회에 낼 내년도 개혁 법안의 마련에 분주하고 있다. 유권자의 과반수가 아직도 불안을 느끼는 개헌 구상은 잠시 접고, 오랜 숙제였던 소비세 인상 법안과 말썽 많은‘특별비밀보호법안’을 준비 중이어서 야당과 언론을 긴장시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 법안에 ‘보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에 관한 뚜렷한 언급이 없다고 벌써부터 우려를 표시했고 일본변호사연합회와 신문노동조합연합회가 반대 성명을 냈다.

국가의 중요한 기밀정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 법안은, 과거에 외무성 여직원으로부터 미일(美日)조약에 관한 기밀문서를 얻어 기사를 쓴 마이니치신문 기자가 유죄 판결을 받은 전례에 비추어, 언론 보도 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을까 언론계에서는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다시 집권하여 국회 상하 양원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아베 정권이 걸어온 지금까지의 과정이, 20세기 전반에 제국주의 일본이 국제사회의 권고를 무시하며 전쟁 준비에 날뛰던 때와 유사한 점이 많아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1910년 한일합방으로 조선반도를 식민지로 만든 일본은, 다음 해 신해혁명(辛亥革命)으로 중국대륙에 정치적 혼란이 일어난 것을 빌미로 대륙으로 침략의 마수를 돌리고 마침내 1931년에 만주에 꼭두각시 국가를 세웠다. 지금의 UN 전신인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은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에서 일본의 만주국 포기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상정했다.

일본의 대륙 침공정책을 사수(死守)하라는 특명을 받고 이 총회에 파견된 전권대사가 미국유학 경험이 있는 외교관 출신 마쓰오카 요스케(松岡洋右)였다. 그는 만일 총회가 이 결의안을 채택하면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한다는 협박조 연설로 일본 입장을 호소했다. 그러나 총회는 42표 대 1표란 압도적 표차로 결의안을 채택하고, 일본은 결국 1933년 3월에 정식으로 연맹을 탈퇴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하는 길을 택했다.

이 마쓰오카가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의 동향 선배 정치가로서, 한일합방을 주도하여 끝내는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쓰러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같은 야마구치현(山口縣) 출신인 것은 역사의 야릇한 우연이다.

국내 반정부 활동과 조선의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악명 높았던 ‘치안유지법’이 1925년에 제정되고, 1938년에 ‘국가총동원령’, 1940년에는 일당독재를 위한 ‘대정익찬회(大政翼贊會)’가 결성되었다.

이 ‘익찬회’가 국회에서 80%를 넘는 의석을 확보하여 태평양전쟁으로 치닫는 군부의 독주를 용인했습니다. 아베 정권이 국회에 3분의 2이상의 동조 세력을 확보하여 ‘강한 일본’의 복구를 외치고 있는 것을, 양심 있는 일본인과 주변 국가들이 염려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은 이러한 과거의 역사와 그것을 똑바로 인식하려고 하지 않는 아베 총리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 중부에 있는 황족 시조를 모신 ‘이세진구(伊勢神宮)’의 ‘천궁(遷宮)’의식에 전후 총리로서는 처음 참석하여,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政敎分離)’원칙을 위배했다고 비난받고 있다.

20년마다 새 곳으로 신궁을 옮기는 이 행사는 1,300년 이상 계속된 의식으로, 국가신도(國家神道)가 융성한 1929년에 당시 총리가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전후 세 번 있었던 행사에는 정부 대표로서는 관방장관만이 참석했었다. 아베의 참석은 ‘전전회귀(戰前回歸)다.’'아니다. 일본의 전통 문화다.’라는 정반대 시비를 불러일으켰다.

일본 전국에서 안하무인격으로 설치는 민족차별주의자들의 시위를 언론의 자유를 핑계로 미온적으로 방치해 온 일본 우익 세려이나, 최근의 선거에서 여당이 언론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사례들이 양심 있는 일본 지식인들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전후 최연소, 그리고 최초의 전후태생 총리인 아베 신조의 함정은 압도적 의석 수 위에 안주하여 우경화를 추진하는 그의 오만에 있다. 그러나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국민감정도 있는 반면, 명년에 예정된 소비세 인상, 군사력 증강, 그리고 차츰 세를 불리고 있는 원자력발전 반대운동 등 정치불안 요소도 많다.

아베 총리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때까지 만나지 않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는 강하다. 우리는 아베 총리가 힘을 과신하고 허리를 굽힐 줄 모르던 옛 군인 정치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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